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화(1)
    2024년 01월 26일 00시 02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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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서 며칠에 걸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나는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난 어느 날, 릴리아나의 시녀가 나에게 일을 강요하러 왔을 때 나는 그 시절처럼 패기가 없는 얼굴로 약초 채취를 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밖으로 나가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당시에는 자주 이런 식으로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의심받지 않았다.

    시녀는 귀찮다는 듯이 나에게 소박한 원피스와 외투를 가져다주며, 한 시간 후에는 나가라고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의 대응이었구나, 하며 속으로 추억을 떠올린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를 마치고 지정된 시간에 후문으로 가니, 늘 보던 짐마차가 나를 마중 나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짐을 싣고 가는 김에 왕도 바깥으로 통하는 문까지 나를 태워다 주는 것이다.

    오랜만에 짐마차의 거친 흔들림을 느끼며, 나는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계획을 잘 세웠다고 생각했지만,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상냥한 하인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던 나는 그날 조금 움츠러들어 침묵한 채 짐마차를 계속 타고 있었다.



    나를 하인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는 마부는 나를 대문까지 보내주고는 귀가 시간만 알려주고 떠나려 했다.



    "늘 그렇듯이 정오의 종소리가 울릴 때쯤이면 여기 있도록 해, 아가씨."



    약초를 채취하는 날에는 그렇게 했지만, 오늘 나의 목적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부에게 정중히 사양을 했다.



    "아저씨, 오늘은 제가 갈 곳이 있어서 다른 마차를 이용할게요."



    "그래? 여자 혼자니까 조심하라고."



    이 아저씨는 줄곧 나를 한 명의 소녀로 대해주었다. 그 시절 나에게 몇 안 되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후의 내 행동을 생각하면, 아마 이 사람이랑 만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아저씨. 항상 제게 친절히 대해주셔서 감사하니다. 저, 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응? 갑자기 왜 그래? 뭐, 너를 보내주는 거야 짐을 실어 나를 때 겸사겸사 하는 것이니 상관없어."



    잘 가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마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본 후, 나는 성문을 나서지 않고 그대로 왕도의 안쪽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합승마차에 타서, 먼저 교회로 향했다.



    왕도에서 가장 큰 교회는 귀족들의 돈을 맡는 일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어머니가 내 명의로 남겨준 돈을 모두 회수했다. 예전에는 이 돈에 대해 몰랐지만, 로젤다 전하와 약혼한 후에 아버지가 알려준 것이다. 이것으로 당장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는 왕성의 옆에 있는 관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나는 귀족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지난번에는 제3자에 의한 제명 처분이라서 원래의 지위로 되돌려졌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나 스스로의 의지로 완전히 지위를 반납했다.

    귀족의 지위를 스스로 버리는 것은 세금을 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반납하는 사람 정도이기 때문에, 접수하는 공무원한테서 끈질기게 확인을 받았다.



    "정말, 정말로 괜찮으시죠?"



    "네, 몇 번이나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절차를 밟아 주세요."



    "자진해서 반납한 지위는 어떤 이유로도 되돌릴 수 없는데도요?"



    "괜찮습니다. 그것은 이미 제게 필요 없는 것이니까요."



    예전의 나에게는 귀족이라는 것을 버릴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의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추방당한 과거의 기억이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시가지에서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학대받아도, 구출되어도 답답했던 귀족 생활에 미련은 없었다. 나는 기꺼이 그것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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