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화(2)
    2024년 01월 25일 23시 17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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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들은 제멋대로의 해석을 붙였다.



    "네게 힘든 경험을 하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너를 지켜줄게, 세라피아."



    그렇게 말하면서, 로젤다 전하께서는 내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셨다.

    이미 아무것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의 허망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결심을 했다.



    눈물을 머금은 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중히 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방 안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폐하께서는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셨고, 왕비는 감동했는지 다시 눈시울을 붉히셨다.

    눈앞의 로젤다 전하가 볼을 붉게 물들이며 내 손에 입술을 떨어뜨리자, 나를 제외한 이 방의 행복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렇게 나는 로젤다 전하의 약혼녀가 되었다.





    그 후 모처럼이라며 로젤다 전하와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금 이렇게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로젤다 전하는 정말 스마트했다. 조지아 전하처럼 분명히 나를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대응에는 사욕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끌렸다고는 말했지만, 그에게 이 약혼은 어디까지나 계산적인 것일 거라 생각했다.



    왕족의 약혼이니,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조지아 전하의 행동으로 실추된 왕족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드는 데는, 나를 맞이하여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어느 정도 교육도 받았고, 릴리아나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녀의 공적이 내가 한 일이라는 것도 알아낸 것 같았다.

    가문도 후작 가문이고, 여러모로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로젤다 전하께서는, 아마도 영애였을 때 주변에서 학대받았고 얼마 전까지 평민의 가난한 삶을 살았던 나에게 잘생긴 자신이 친절하게 대함으로써 쉽게 나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의 말투와 태도 곳곳에서 그런 위선적인 것을 느꼈다.

    왕세자인 내가 좋아해 주니 행복하지? 그렇게 강요하는 '나의 행복'에, 더 이상 슬퍼하는 마음도 없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한 새 약혼자끼리의 대화처럼 보이는 가운데, 로젤다 전하께서는 다시 한번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의지해 달라며 미소 지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하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에게 단 하나만 간곡히 부탁했다.



    "그럼, 전하께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뭔데, 세라피아. 무엇이든 말해보렴."



    "저는 ...... 그 집에서 나가고 싶어요. 물론 아버지는 저에게 사과를 하셨고, 예전처럼 저를 대하지는 않으셨어요. 하지만 그 집에는 이미 슬픈 기억이 너무 많아요."



    내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자, 로젤다 전하도 과장된 몸짓으로 내게 대답하였다.



    "그래, 네 슬픔을 알아채지 못해 미안해, 세라피아. 당장 이 성에 방을 준비해 줄게. 오늘부터 여기서 살도록 해."



    "괜찮으세요?"



    "물론, 나도 너를 만나기 쉬워지는 건 환영이야. 또 다른 고민이 있으면 무엇이든 상담해 줘."



    "분에 넘치는 말씀 감사해요 전하."



    "너를 위한 것이니 당연하지. 하지만 이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나한테도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나를 로젤다라고 불러줄래? 그리고 너를 세라로 부르고 싶은데."



    '세라'는 케니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애칭이다. 그 추억만은 덮어쓰고 싶지 않았던 나는, 전하께 이렇게 답했다.



    "전하를 로젤다 님이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하지만 저에 대해서는 가급적 세피라고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어머니께서 예전에 저를 그렇게 불러주셨거든요."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로젤다 전하께서는 웃으며 "알았어, 세피."라고 답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새롭게 로젤다 전하의 약혼녀로서 왕성의 한 구석에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이제 적어도 죄책감을 호소하기 위해 자기를 불쌍하게 보이며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직도 서먹하게 대하는 하인들과 떨어져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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