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화(1)
    2024년 01월 25일 23시 16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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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부터 며칠 동안,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나를 멀리하는구나'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무시해 버렸다. 자기 마음대로 데리고 왔으면서 왜 내가 더 많은 양보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가. 화가 날 일만이 매일 쌓여갔다.



    그렇게 가급적 혼자서 방에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나에게 배달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등성을 명령하는 편지였다.

    거기에는 요약하자면 '안정이 되었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와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집에 있기 싫었던 나는 최대한 빨리 성에 가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음 날 오후에 알현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졌다. 그 무렵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귀족 특유의 무거운 드레스를 입게 된 나는 집의 마차를 타고 왕성으로 향했다.



    당연히 알현실로 안내될 줄 알았는데, 안내받은 곳은 왕족의 사적인 응접실이었다. 역시나 보통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린 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폐하와 왕비, 그리고 조지아 전하의 동생인 로젤다 전하가 있었다. 병사도 하인도 모두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세 사람뿐이었다.

    그 자리에서 U턴을 하고 싶었지만, 폐하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곁으로 걸어갔다.



    소파의 앞에서 오랜만에 카테시를 하면서 인사를 했다. 동작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근력이 부족한 탓인지 그 동작이 조금 어정쩡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이를 나무라지 않으시고 나에게 소파를 권유하셨다. 그래서 나는 가장 낮은 자리인 가장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어리석은 자식 때문에 미안했다."



    폐하께서 먼저 내게 사과를 하셨다. 너무 황당해서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국왕이 일개 영애에 불과한 나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오히려 괴롭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폐하, 그만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인걸요."



    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왕비님으로부터도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받았다. 저는 이렇게 무사히 잘 지냈으니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울고 싶은 것은 이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젤다 전하. 그도 왕족으로서 조지아 전하와 우리 자매에 대해 알았음에도 진실을 깨닫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에게도 "주변의 신뢰를 계속 얻지 못한 저에게도 잘못이 있었지요."라는 적당한 말을 돌려주었다.



    이 나라의 톱3에게 연달아 사과를 받으니 기력이 다 소진된 기분이었다. 사과가 다 끝났는지 하인들이 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이제 다 끝났으면 빨리 돌려보내 달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로젤다 전하가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로젤다 전하의 행동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자, 전하께서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또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눈물이라도 흘리나 걱정하고 있는데, 그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런 대접을 받았음에도, 세라피아 양, 당신은 정말 고결하구나. 왕세자비 교육을 열심히 받은 당신의 노력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당신의 사람으로서의 됨됨이에 끌렸다. 부디 나의 약혼자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조지아 전하와는 또 다른 미남인 로젤다 전하의 약혼 제의. 그리고 로젤다 전하는 이제 이 나라의 왕세자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여동생에게 당한 비극의 여주인공에게 찾아온 행복 같은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런 꽃밭 같은 것이 아니었다. 모든 내장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에 있던 하인들은 나에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가 이 상황을 '행복'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국왕 부부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의 왕자님에게서조차 자신의 프러포즈가 나의 행복이라고 단정 짓는 오만함이 묻어나고 있다.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 나라 최고 권력자들이 말없이 결정해버리는 것을 나 혼자만 반대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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