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화(1)
    2024년 01월 25일 22시 46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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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우리 집에 한 명의 방문객이 나타났다. 그는 도시에 녹아들기 위해 평민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와 움직임으로 보아 어딘가의 상급 하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경계하는 나와 케니에게, 그는 서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세라피아 님, 당신에게 씌워진 죄는 모두 억울한 누명임이 증명되었습니다. 귀하는 왕실로부터 배상금을 받고 오늘부터 후작영애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은 완전히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이야기였다. 놀라는 우리에게, 그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나를 추방한 후 한동안 릴리아나는 변함없이 완벽한 영애처럼 행동했다. 언니의 학대를 받았지만 왕자에게 구출된 아름다운 공주님. 왕자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행복한 여인. 그 신데렐라 스토리는 릴리아나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모두가 그녀를 축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릴리아나의 업적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그녀가 잘 못하는 것도 많았다.



    "언니의 일로 충격을 받아서 ......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왕세자비 교육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죄송해요."

    "어, 어제는 두통이 심해서 ...... 저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었어요"



    릴리아나는 여러 가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한참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악평을 조작해서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만들지도 못하는 마법약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도금은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다.



    "릴리, 마법약은 그렇게나 잘 만들었잖아. 요즘은 도대체 왜 그래?"



    "그, 그건 ......."



    "그리고 외교관에게 부탁받은 자료의 번역도 계속 늦어지고 있는 모양이던데. 외국어에 능통한 너는 금방 자료를 만들어 주었잖아?"



    "저기, 그......."



    약혼 파기를 당한 그날의 계획대로 나를 곁에 둘 수는 없었지만, 릴리아나는 돈을 써서 비밀리에 나를 붙잡아 다시 일을 시키면 될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에 마력의 흔적이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문을 통과하지 않으며 나를 데려올 방법을 찾지 못해 궁지에 몰린 것이다.



    릴리아나가 만드는 마법약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고, 다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왕세자비의 교육 담당도 듣던 이야기와 눈앞에 있는 릴리아나의 모습이 다른 것에 의아해했다.

    그런 의구심이 쌓이자, 마침내 릴리아나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이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작은 불편함을 고백했다.



    "릴리아나 님은 항상 마법약의 마무리를 해 주셨어요. 하지만 약초를 조제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자상한 릴리아나 님은 그 악녀도 자주 찾아뵈었지요. 그러고 보니 그때 두꺼운 종이뭉치를 자주 가지고 다니셨던 것 같네요. 무엇을 건네주었을지는,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릴리아나 님의 자수 습관은 세라피아와 상당히 비슷하군요. 자매라서 같은 분에게 배운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게 해서 후작가에 대한 조사가 들어갔고, 그 결과 나의 취급과 그녀의 거짓말이 밝혀진 것이다.





    "아니야, 조! 이건 오해야! 그, 그래, 언니가 나를 속이기 위해 설치한 함정이야! 날 믿어!"



    거짓이 드러난 릴리아나는 조지아 전하에게 울부짖었다. 아름다운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풍만한 가슴이 닿도록 필사적으로 껴안았다.

    나를 속일 때는 이렇게 하기만 해도 그는 쉽게 릴리아나의 말을 믿어주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물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금은 조지아 전하도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릴리아나, 이 왕도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세라피아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나도 너를 믿고 싶었어. 너의 파멸은 나의 파멸이기도 하니까."



    "조, 파멸이라니 ......"



    "파멸이야. 너를 믿고 허술한 조사를 해서 무고한 후작영애를 죄인처럼 취급하고 평민으로 만들어 버렸어. 아버지께서도 은근슬쩍 내 처분을 말씀하셨고."



    "처, 처분이라니?"



    "잘해봐야 후계자에서 제외되는 정도. 아니, 그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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