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화(1)
    2024년 01월 25일 22시 26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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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자비로서, 바로 추방되지 않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가는 길과는 달리 소박한 마차에 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평소보다 더 매서운 태도의 하인들이 내 옷과 장신구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속옷 같은 옷차림으로 평소의 오두막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내일이면 이 오두막에서도 쫓겨날 테니 일단은 짐을 싸기로 했다.

    그래도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짐을 싸는 것은 금방 끝났다. 낡고 큰 가방에 숨겨둔 약간의 현금과 낡은 옷, 마법약 몇 권, 약초 채취 세트와 간이 절구통을 넣으니 더 이상 담을 것이 없었다.

    소중히 간직했던 어머니의 유품도, 다정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의 물건도 릴리아나에게 송두리째 빼앗겨버렸다. 태어나서 17년 동안 살아온 저택을 떠나기에는 너무 가벼운 짐이라서, 나는 혼자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병사들이 나를 데리러 왔고, 곧바로 왕도의 출입구인 성문으로 나를 데려갔다.

    성문의 죄인을 감지하는 장치에 내 마력 흔적을 등록하자, 병사는 만족스럽게 "다시는 왕도의 성문을 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정말 죄인 취급을 당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마력 흔적을 등록한 덕분에 릴리아나가 나를 몰래 데려가서 부려먹으려던 계획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시간에, 나는 가방 하나만 들고 왕도 밖으로 쫓겨났다.



    멀리까지 간 적은 없었지만, 릴리아나의 명령으로 종종 마법약에 필요한 약초를 채취하기 위해 왕도 밖으로 혼자 나가곤 했다. 그래서 마차가 지나가는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그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기분 탓일까, 우연히 같은 마차를 향하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내가 걷는 속도를 바꾸어도, 조금만 길을 벗어나도 그 존재는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혹시 릴리아나는 나를 추방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제거하기로 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불안해져서 자연스레 걷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럼에도 뒤따라오는 발소리 때문에 이제는 달리기가 되었던 그때, 뒤의 기척만을 신경 쓰던 나는 자갈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강하게 부딪힌 무릎의 통증과 밀려오는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굴을 숙이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라피아 아가씨, 괜찮으세요?"



    그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케니가 서 있었다. 평소 입던 메이드 복장도, 하나로 묶은 헤어스타일도 아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은 분명 케니였다.



    왜 케니가 여기 있냐던가, 나는 더 이상 아가씨라고 불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등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음에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내 옆에서, 조용히 쪼그려 앉은 케니는 진정이 될 때까지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울음을 그친 후, 무릎을 치료해 주면서 케니는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 알려주었다.



    "아가씨께서는 동생의 약값을 마련해 주신 은혜가 있어요. 그래서 저택을 그만두고 아가씨를 따라가기로 했어요. 아가씨 혼자서 평민 생활을 하는 게 걱정되니까요."



    "그런 옛날 일로 은혜를 갚는 거야? 하지만 그것도 실제로 돈을 내주신 건 어머니였어."



    "하지만 아가씨꼐서 부탁을 하셨기 때문에 마님께서도 이야기를 들어주신 거예요. 그러니 저한테는 아가씨도 은인인 거죠."



    확실히 케니의 말대로, 예전에 어머니에게 동생의 약값을 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정의감이나 그런 확고한 무언가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높은 신분에서 오는 한때의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케니는 그 일을 평생 고마워하여, 저택에서도 지금도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있다.



    "고마워, 케니. 하지만 당신은 왕도로 돌아가야 해. 나로서는 더 이상 당신에게 월급을 줄 수 없어. 함께 있으면 오히려 폐만 끼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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