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이미 후작가의 만찬에서 쫓겨나 오두막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고 있던 나는, 후작가의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어느 쪽인가를 생각하면서 타인의 일로 치부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이미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을, 그것에 저항할 힘이 더 이상 내게는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혼자서 저항할 힘도 없이 무시를 당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나는 드물게도 야회에 불려 가게 되었다. 준비된 값비싸지만 예의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후작가의 마차에 체면을 위해 태워진 나는 오랜만에 왕성으로 향했다.
물론 조지아 전하나 아버지의 에스코트가 있을 리 없어서, 나는 홀로 만찬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서 있자, 갑자기 조지아 전하가 나를 불렀다.
사람들의 숨기려 들지 않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전하의 앞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아름답게 차려입은 릴리아나를 거느린 전하가 있었다. 그의 눈동자 색인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푸른색 드레스는, 외모만 아름다운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릴리아나를 한 번 부드럽게 쳐다본 후, 조지아 전하께서는 나를 노려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라피아! 이복여동생을 학대하는 너는 내 배우자가 될 자격이 없다! 너와의 약혼 따위는 지금 이 순간에 파기해 주마! 그리고 나는 그런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낸 이 사랑스러운 릴리아나를 새로운 약혼녀로 삼을 것이다!"
못나고 악랄한 언니와 우수하고 천사 같은 여동생. 사교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주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슬퍼할 마음조차도 사라진 나는, 그 큰 소리를 무감각하게 듣고 있었다.
그런 내 반응에 짜증을 숨기지도 않으며, 조지아 전하는 더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추악한 네 행각은 모두 파악하였다. 너는 반쪽이지만 피를 나눈 여동생인 릴리아나에게 독극물까지 먹였다고 하더군! 미래의 국모를 해치는 존재를 용서할 수 없다! 너를 형벌에 처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나조차도, 내가 독살을 모의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자, 주변에서는 그 침묵을 긍정으로 여겼는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그런 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에 반박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은 의외로 릴리아나였다.
"도, 독이라고는 해도 조금 기분이 나빠졌을 뿐이야. 조, 나는 괜찮아."
"릴리, 넌 너무 상냥해. 저런 여자한테까지 자비를 베풀다니."
"그렇지 않아, 저런 분이라도 내 언니인걸.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제발, 조, 언니를 용서해 줘."
나를 남겨두고 펼쳐지는 이 희극 같은 대화를, 나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나에게 누명을 씌운 것은 릴리아나인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땐 의아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릴리아나는 조지아 전하를 이용해 내 지위를 박탈한 후, 자비를 베풀어 구해주는 척하며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전처럼 일을 시키거나, 이제는 그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뛰어난 마법약을 만들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너무 우쭐했던 나머지 내 죄를 너무 많이 날조했고, 조지아 전하도 생각보다 더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조지아 전하는 나를 형벌에 처해야 한다고 결정하셨다.
그 때문에 조급해진 릴리아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감형을 요구한 것이다.
확실히 내가 감옥에 갇히면 지금까지처럼 마법약을 만들게 하거나 자수를 놓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조지아 전하를 설득하기 위해, 릴리아나는 마지막에는 특유의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그녀가 사교계에 퍼뜨린 나의 악명이 너무 높았던 탓에, 처형은 면했지만 조지아 전하의 새로운 약혼녀가 될 그녀의 곁에 내가 있는 것을 전하도 주변 사람들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릴리아나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갔고, 나는 평민이 되어 왕도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