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화
    2024년 01월 25일 21시 27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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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너무나 익숙한 방에 있었다.





    틈새로 바람이 불어오는 허름한 문. 누렇게 더러워지고 여기저기 찢어진 커튼.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크게 삐걱거리는 침대. 얇은 이불. 좁고 협소한 방.



    후작영애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초라한 방은, 한때 내 방이었다.

    여동생에 의해 본가에서 쫓겨나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쫓겨났을 때의 내 방.



    왜 지금 이런 곳에 왔을까 생각하던 중, 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속으로 세 번, 조금 간격을 두고 한번. 이미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기억하고 있었는지,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문까지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노크가 들리고서 곧장 문을 열 수 있었다. 그곳에 서 있던 것은 한때 이 집의 메이드였던 케니였다.



    "세라피아 아가씨, 오늘 먹을 음식입니다. 조금밖에 확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숨기고 있던 딱딱한 빵과 오래된 사과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밤에도 올 수 있으면 오겠습니다"라고 죄송하다는 듯한 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재촉해 떠났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는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이곳은 분명 예전에 내가 살았던 곳이다. 그리고 그때는 방금 전과 같이 케니만이 나를 돌봐주었고, 삶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도, 하인에게도, 약혼남이었던 왕세자에게도 버림받은 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케니의 행동이나 지금 내가 처한 상황으로 볼 때, 나는 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기고 신분과 모든 것을 잃기 전, 여동생에게 학대받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왜, 어째서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 여동생 릴리아나는 자신을 언니, 즉 나에게 학대당하는 불쌍한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꿋꿋하게 견디는 연기와 거짓 울음, 그리고 위장공작을 통해 아버지와 우리 집의 하인들, 그리고 나의 약혼남이었던 왕세자 조지아 전하까지 속여왔다.

    릴리아나의 거짓말을 완전히 믿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조지아 전하는, 결국 어느 야회에서 나에게 약혼 파기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여동생에 대한 학대를 비롯해 수많은 억울한 죄목으로 나를 단죄했고, 나는 귀족의 지위를 박탈당해 왕도에서 추방당했다.



    그렇게 앞으로의 미래에서,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녀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다음이 있었다.



    나를 추방한 릴리아나였지만, 그녀의 거짓말은 이후 전부 들통이 났다.

    그 결과 릴리아나는 계율이 엄격한 북쪽 끝의 수도원으로 보내졌고, 뒷조사도 없이 맹목적으로 그녀를 믿었던 조지아 전하도 폐위되었다.

    그 후 왕도에서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평민으로 살아가던 나는 폐하의 부름을 받고 사과와 함께 후작영애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새로 왕세자가 된 조지아 전하의 동생 로젤다 전하가 구애하여 그와 약혼했다.



    그렇다, 모든 것은 이미 끝났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모든 것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간 것일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제만 해도 정상적으로 침대에서 잠을 잤을 텐데.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외톨이 시절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태도를 바꿔서 내게 부드럽게 대하는 아버지도, 다시 친구로서 교류하게 된 영애들도, 아들을 막지 못한 만큼 나를 걱정해주는 폐하도, 왕비님도, 나에게 사랑을 속삭여주는 로젤다 전하도. 전부 사라졌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자 마음 깊은 곳에서 떨림이 일어났다. 그 감정 그대로, 나는 이 오두막에 아무도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버렸다.





    "......해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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