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화(2)
    2024년 01월 25일 22시 27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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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친절함이 반가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메이드 시절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집안일 전반을 할 수 있으니 식당에서도, 숙소에서도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가씨는 마법약을 만들 수 있잖아요. 약에 대한 수요는 평민들도 많으니, 아가씨도 분명 일거리에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녀는 내 걱정을 날려버릴 듯이 힘차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편하게 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하지만 ......"



    "괜찮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생활은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쪽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왔으니까요."



    나도 약을 만들면 평민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막연하게나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민 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압도적으로 컸다. 그래서 케니의 말과 미소가 무엇보다도 그때 나를 구해준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둘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차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왕도(王都)에서 두 도시를 지나온 작은 도시였다. 그곳에서 케니는 재빨리 그날의 숙소를 마련하고서 곧장 나를 상업 길드로 데려다주었다.

    문 닫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지만, 접수처의 여직원은 흔쾌히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곳에서 케니는 파견 하우스메이드 일을, 나는 열을 식히고 상처를 소독하는 약을 만들어 파는 일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번 돈은 곧장 숙소비와 식비로 사라질 정도로 빠듯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가난한 생활에 좋든 싫든 익숙해져 있었고, 그때와 달리 내 노력이 그저 착취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가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되돌아오는 생활은 괴롭지만은 않았다.



    내가 만든 약은 효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반년 정도 지나자 안정적인 일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케니! 나 드디어 고급 마법약 주문을 받았어! 이제 수입도 훨씬 늘어날 거야."



    "세라라면 당연한 일이잖니. 하지만 오늘은 정자에서 축하 파티를 할까? 오늘은 좋은 닭고기가 있다고 들었거든."



    "그건 케니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하지만 찬성!"



    "그럼 빨리 가자. 늦으면 술 취한 사람들로 붐빌 테니까."



    그렇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수입도 안정되었고, 길드의 소개로 둘이 살 집도 빌릴 수 있었다. 고가의 약품 주문량도 늘어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라, 오늘은 고급 마법약의 재료를 채취하러 가는 거지? 숲 속 깊숙이 들어갈 때는 조심해."



    "응, 알아. 길드에 호위도 부탁해 놓았으니 괜찮아. 고마워."



    "호위... 라는 건 혹시 질?"



    "그런 것 같아. 그가 내일은 잘 부탁한다고 했었으니까."



    "흠, 그러셔. 오~"



    "왜, 왜 그래?"



    "별거 아냐. 그냥 채취하러 가는 건데 좋아하는 리본을 달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 그런 게 아니야! 오늘 입은 옷에 색을 맞춘 것뿐이야!"



    "그래그래, 아~ 나도 장식품 가게로 그 사람이나 만나러 가볼까나?"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구!"



    학대받던 시절을 생각하면, 거짓말처럼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물론 케니와의 생활이 결코 부유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는 아직 아가씨로 살던 시절의 부드러운 양고기 구이도, 유명한 와이너리의 비싼 와인도, 제과점의 보석 같은 과자도, 드레스도, 보석도 아무것도 없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만들어낸 가짜 나를 누구나 믿었던 때보다는 훨씬 대하기 편했다.



    귀족으로서 화려하게 사는 대신, 자부심을 갖고 그 의무를 다하는 삶도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문을 위해, 왕족의 약혼녀로서의 지위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민으로서 풍요로움 대신 자유를 얻는 삶을 알게 된 지금, 이 생활이 나에게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세라피아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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