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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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4일 23시 52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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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하는 약혼 파기라니, 동경해 버려."



     백작영애 레이나는,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난 후 배우들의 열연에 취해 멍하니 부도덕한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한 달 후에 열린 레이나의 생일 파티에서, 자신의 약혼남과 그를 연인처럼 껴안고 있는 낯설고 아름다운 여인을 본 레이나는 '벌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했다.





    *



     한 시간 전.





     레이나는 약혼남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연회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역시 알은 못 오는 걸까?)



     레이나에게는, 항상 백작가까지 마중 나와서 에스코트를 해주는 다정한 약혼남이 있었다.



     그 약혼자인 후작영식 알베르토가, 오늘은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급한 용무가 생겨서 못 온 걸까 싶었지만, 연락이 없으니 늦었을 수도 있다.



     그 대신 동생 로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간 레이나는, 연회장에서 알베르토의 모습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연회장 안에는 어째선지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알베르토 매형도 곤란한데요."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



    "그렇긴 해도 최근 누님을 만나러 오지 않는 것 같고, 게다가 오늘은 누님의 생일 파티인데! 무슨 용무가 있든 간에 늦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말투가 거칠어지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 레이나는 "나는 괜찮아"라며 미소 지었다.



     다만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최근 귀족들 사이에서 '약혼 파기'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그것은 부모님이 결정한 약혼을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떴다'는 이유로 고위 남성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다.



     원래는 다른 나라의 왕자가 공작영애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한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것이 세상에 충격을 주고 매우 자극적이어서 '약혼 파기'는 많은 소설로 그려졌고, 무대화되기도 했다.



     레이나도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고, 그 매력에 푹 빠져서 몇 번이나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무대에서는 왕자의 상대가 평민 여성으로 각색되어 있는데, 그것 또한 비현실적이어서 재미있었다.



    (왕자와 평민 여성과의 애틋한 로맨스가 정말 좋았어!)



     그리고 왕자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공작영애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좋았다. 슬픔과 증오, 그리고 왕자에 대한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깊은 사랑. 그 격렬한 감정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있었고, 레이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다.



     다만 '약혼 파기'는 이야기 속의 사건일 뿐, 예의를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토록 인기를 끌었다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상냥한 알이 '약혼 파기'라니 말도 안 돼.)



     요즘 만나러 오지 않는 것은 분명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못 온 것도 뭔가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다.



     조금이지만 불안해하는 자신에게, 레이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파티장 문이 쾅 하고 힘차게 열렸다. 사람들은 일제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레이나의 약혼남인 알베르토가 서 있었다.



    (알?)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아닌, 처음 보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언제부턴가 연회장의 음악이 멈춰 있었다.



     고요해진 공연장에 알베르토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알베르토는 레이나의 바로 앞에 멈춰 서서, 레이나를 향해 힘차게 삿대질을 했다. 그리고 행사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했다.



    "레이나,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그리고 나는 여기 있는 샬롯에게 진실한 사랑을 바치겠다."



     알베르토가 마치 연극배우 같은 몸짓으로 그 자리에 있던 한 여성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샬롯이라고 불리는 여성은 기쁜 듯이 볼을 붉히며 알베르토의 곁으로 달려왔다.



    "알베르토 님!"

    "샬롯!"



     연인처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레이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 이건...... 그야말로 약혼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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