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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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4일 23시 53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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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나 무대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 약혼 파기가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나는 악역영애!)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



     레이나가 이름을 부르자, 알베르토는 몸을 움찔했다.



    "지금 그거, 사실이야?"



    "어, 어어."



     제대로 대답을 안 하는 알베르토가, 옆에 있던 샬롯에게 미소를 지으며 팔꿈치로 찌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기우였을까?



    "무, 물론이지! 너와의 약혼은 파기다!"



    "...... 그래."



     알베르토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았다. 레이나는 매우 슬퍼졌다. 무대 위에서처럼 증오와 질투의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슬플 뿐이었다.



    (알은 다른 사람을 좋아했구나. 그런데도 지금까지 나와 약혼한 바람에 힘든 나날을......)



     다정한 알베르토이니, 분명 혼자서 지금까지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즐거웠어......)



     알베르토와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미소와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알베르토를 쳐다보자, 그는 금방 시선을 돌렸다. 그의 사랑을 얻은 샬롯은 레이나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듯이 알베르토의 팔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저기, 알....... 내가 약혼녀라서, 지금까지 다정한 척했던 거야......?"



     알베르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래. 나는 악역영애니까, 이제 무슨 말을 해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겠지)



     레이나는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며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알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레이나."



     알베르토에게 이름을 불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났다. 이대로 여기 있으면, 부끄럽게도 울고 말 것이다. 귀족으로서, 백작가의 영애로서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레이나는 알베르토에게 등을 돌려 조용히 걸어 나갔다.



    "레이나!"



     어째선지 뒤쫓아온 알베르토에게 왼쪽 손목을 잡혔다.



    "기다려, 레이나!"



     알베르토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워서 듣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 말만은 전하고 싶었다. 



    "알, 당신을...... 사랑해서 죄송해요."



     그러자마자 알베르토가 외쳤다.



    "이제 충분하잖아!"



     알베르토는 행사장 전체에 울려 퍼지게 말한 후, 레이나의 동생인 로니를 노려보았다.



    "빨리! 빨리 그거 꺼내!"



     로니는 "무슨 말씀이시죠?"라고 물었다. 로니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니, 그거! 빨리 레이나에게 사정을 말해!"



     알베르토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며, 로니가 레이나에게 달려왔다.



    "누님 , 괜찮으세요!?"



     로니는 파란 눈동자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레이나의 손을 꼭 잡았다.



    "알베르토 매형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누님 , 그런 남자 따위는 빨리 잊어버리세요!"



     로니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겉으로는 굳건한 척했지만, 사실은 다리가 떨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에 레이나는 동생의 호의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마자 알베르토가 강하게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로니와 멀어졌다. 어깨를 끌어안는 알베르토의 행동에, 레이나는 깜짝 놀라서 바라보았다.



    "아, 알?"



     알베르토는 로니를 노려보고 있다.



    "로니! 무슨 속셈이냐!?"



    "매형이야말로 무슨 속셈이죠? 아, 이미 약혼을 파기했으니 매형이 아니군요. 부디, 저기 있는 샬롯 씨와 행복하게 지내시죠."



     로니는 양손을 벌리며 "자, 누님은 이쪽으로."라며 웃었다.



    "로니 ...... 너, 속였겠다!?"



    "어허, 무슨 말씀을. 당신이 일방적으로 약혼 파기를 선언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그건 레이나가 약혼 파기를 원하니까 깜짝 선물로 주자며 네가 꺼낸 말이잖아!"



     로니는 "무슨 소리인지?"라며 의아해했다.



    "네 제안 때문에 나는 연극 연습까지 하게 되었다고! 그 때문에 레이나를 만날 시간이 없어서 얼마나 괴로웠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요? 알베르토 님은 망상증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이 썩어빠진 시스콘 놈아! 레이나 앞에서만 착한 척 하기는!"



    "뭐라고! 당신처럼 가면 쓴 녀석한테만은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거든!  누님 앞에서만 신사 행세를 하기는!"



    "나는 레이나를 만나고 변했는데!? 착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운 레이나에게 어울리는 남자로 변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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