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4년 01월 24일 21시 08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다리아! 오늘, 이 자리에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귀족과 왕족들이 다니는 학교의 졸업 파티에서, 이 나라의 첫째 왕자 데이비스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데이비스는 증오의 눈빛으로 약혼녀인 공작영애를 노려보고 있다. 그 단죄의 모습을, 성녀 마리는 꿈꾸는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후훗, 이제 내가 공주님이야~)
이제 더 이상 학원 내에서 남작영애라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리는 우월감에 가득 차서, 단죄당하고 있는 다리아 를 내려다보았다.
늘 당당했던 다리아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질 줄 알았는데, 다리아는 우아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그 순간, 마리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상해하는 마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말들이 울려 퍼졌다.
ㅡㅡ데이비스 전하, 약혼 파기의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ㅡㅡ이유는, 성녀인 마리를 학대했기 때문이다!
ㅡㅡ어머, 제가 그분을요?
(뭐, 지? 이건......?)
마리는 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미래를 예견하는 기억의 일부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 힘 덕분에 국가로부터 정식으로 성녀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방금 본 이 기억은, 지금까지 엿보았던 흐릿한 기억과는 확연히 달랐다.
당황한 마리의 눈앞에서, 현실의 다리아는 그저 우아하게 데이비스에게 말을 건넸다.
"데이비스 전하, 약혼을 파기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유는, 성녀인 마리를 학대했기 때문이다!"
"어머, 제가 그분을요?"
방금 들은 대화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된 거야!?)
그 순간, 마리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본 적도 없는 세계의,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의 기억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아, 으......"
마리가 참지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자, 다정한 데이비스는 금방 알아차리고서 "왜 그래, 마리!"라며 걱정해 주었다.
(아아, 역시 내 왕자님은 데이비스가 맞아. 멋져...... 응? 데이비스?)
기억 속의 낯선 여자가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던 여성향 게임의 공략 대상도 데이비스라는 이름이었다. 이런 전개는 전생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전생? 앗! 혹시 나, 이세계전생을 했어!?)
게다가 나는 여주인공 마리이며, 지금은 악역영애 다리아의 단죄 이벤트가 한창인 것 같다.
보통은 이걸로 악역영애가 단죄당하고, 히로인은 행복해지는데, 눈앞의 다리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왠지 모르게 즐거워 보이기도 한다.
(이, 이건......)
좋아하는 악역영애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죄 이벤트 뒤집기'가 아닐까?
'단죄 이벤트 뒤집기'란, 악역영애를 단죄해야 하는데 반대로 악역영애한테서 단죄를 당하여 단죄에 관여한 일행이 엄청난 고초를 겪게 되는 전개다.
참고로 대부분의 남작영애는 투옥 후 사형에 처해진다. 혹은 창관으로 가거나, 바보 왕자와 함께 평민으로 전락해 가혹한 환경에 처한 끝에 사망하기도 한다.
"시, 싫어어어어어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마리를, 데이비스도 다리아 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다.
(주,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마리는, 지금까지 성녀라는 이유로 기고만장해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른 후였다.
다리아라는 약혼녀가 있는 데이비스 왕자에게 구애를 하고, 재상의 아들, 기사단장의 아들, 심지어 다리아의 남동생인 공작 영식한테까지 구애를 해왔다.
물론 다리아를 포함한 각 약혼남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여, 여러 번 [마리 씨. 제발 절도를 지킨 교제를 하세요]라고 부드럽게 혼났다.
그때마다 마리는 [괴롭힘을 당했어, 무서웠어~]라며 데이비스 일행에게 칭얼댔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바보 왕자님들은 착한 약혼남들에게 "마리를 괴롭히지 마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바보야! 약혼녀가 있는 남자에게 구애하는 나도 바보고, 가문의 인연으로 맺어진 약혼남들을 믿지 않고 내 말만 믿고 일방적으로 욕을 하는 남자들은 또 뭐야!?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는 바보들만 있는 게 아니야!?)
마리는 지금까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마리를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는 "마리야,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학교에서 좋은 집안의 남자를 잡거라. 마리는 너무 귀여우니, 어떤 남자라도 반할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집안의 남자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다니깐! 우리 부모님도 바보였어!)
마리는 부르르 떨면서, 눈앞에 있는 악역영애 다리아를 쳐다보았다.
(하, 하필이면, 공작가의 영애와 싸움을 벌이다니. 난 죽고 싶은 거야!? 게다가 지금까지의 성녀의 미래예지는, 전생의 게임 지식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뿐이잖아! 나는 가짜 성녀였어!)728x90'연애(판타지) > 지금부터 단죄당할 듯한 핑크블론드 남작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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