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는 사티스를 뒤로 하고, 발트는 마치 연인을 대하듯 알렉산드라의 허리에 손을 감아서 끌어당겼다.
(명연기예요, 발트 전하.)
너무 밀착된 모습에 내심 조바심을 내면서도, 알렉산드라는 발트를 칭찬했다. 발트는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형님은 모든 공무를 제쳐두고 엘 양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저도 공무를 버리고 알리를 만나러 온 겁니다. 진실한 사랑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겠지요?"
발트는 "아, 하지만 제 사랑하는 앨리에게 형님의 공무를 강요하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좋겠군요. 앨리와 저의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변 귀족들은 사티스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 같다.
사티스를 향해서 '당신은 약혼녀를 무시하고 그 여자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씌워 단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주 나쁜 짓입니다'라고 말한들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알렉산드라는, 사티스의 방식으로 현재 사티스의 어리석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저기~ 발발~"
"왜? 앨리."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부끄러워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는 발트가 조금도 웃지 않아서 알렉산드라도 필사적으로 참았다.
"저는 당신과의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떴기 때문에, 엘 님을 괴롭히지 않았어요"
"그래요, 앨리는 나를 사랑하고 있으니, 엘 양을 질투할 리가 없지 않겠어?"
발트가 머리카락에 입맞춤을 한다. [발트 전하, 조금 과한 것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상대가 너무 한심한 사티스였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하는 것이 더 잘 전달될지도 모른다.
사티스를 보니,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두 손을 꽉 쥔 채 떨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용납될 수 있단 말인가! 너희들이 하는 짓은 불륜에 불과하다! 뭐가 진실한 사랑이냐, 바보 같군!"
자신의 말에 놀란 사티스는, 마침내 주변 귀족들의 차가운 시선을 알아차린 것 같다.
알렉산드라는 발트로부터 거리를 두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래요, 전하. 전하께서는 진실한 사랑을 말씀하셨지만, 그것은 불륜에 불과하며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얼굴이 파랗게 변한 사티스는, 드디어 알렉산드라의 말을 이해한 듯했다.
"사티스 전하, 약혼 파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하의 불륜으로 인한 파기이며, 저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습니다. 따라서 전하와 엘 님께는 우리 후작가에서 추후에 위자료를 청구하겠습니다."
엘이 "나, 나도!? 왜?"라고 외치고 있다.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자와 좋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위자료가 발생하지요....... 당신이 사티스 전하에게 속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 말에, 엘의 표정이 달라진다.
(정말 영리한 분)
감탄하는 알렉산드라에게, 엘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 약혼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작영애인 제가 어떻게 전하의 호의를 무시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왕족인 사티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는 이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엘의 명연기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두른다.
(이 분도 어떤 의미에서는 사티스 전하의 피해자야. 조금은 위자료를 줄여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허리를 누가 잡아당겼다. 바라보니 발트가 미소 짓고 있다. 정확히는,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다.
(히익)
알렉산드라가 작은 비명을 삼키자, 발트는 엘에게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
"엘 양. 너는 형님에게 구애한 것뿐만 아니라 앨리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씌워 단죄하자고 제안했었지?"
엘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