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4년 01월 24일 22시 44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알렉산드라! 오늘 이 자리에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휘황찬란한 야회장에, 이 나라의 제1왕자 사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름이 언급된 후작영애 알렉산드라는, 귀족들과의 대화를 웃으며 마무리하고 사티스를 향해 우아한 몸짓으로 입가를 부채로 가렸다.



    "사티스 전하, 그 이야기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 나중에 양가의 합의로......"

    "도망가려고? 보기 흉하다!"



     사티스는 바로 옆에 서 있던 핑크블론드 머리를 가진 귀여운 소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네가 질투심 때문에 이 엘을 학대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남작영애 엘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살짝 떨면서 사티스의 가슴에 애틋하게 안겨 있다. 엘처럼 '어떻게 하면 자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여자는 알렉산드라도 싫어하지 않는다.



     여성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선 평소 꾸준한 관리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같은 여성으로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엘은 최대한 끌어올린 매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자신과 가문의 이익을 창출하려 한다. 그녀가 남작영애가 아니라 백작영애였다면 또 다른 미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티스가 엘에게 "괜찮아.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라고 부드럽게 미소 짓자, 알렉산드라는 생각을 멈췄다.



     알렉산드라의 주변에서 소란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야회에 참석했던 귀족들은 하나같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사티스 전하의 약혼녀는 후작영애 알렉산드라 님이 아니었나?" 등을 서로 속삭이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서로를 뜨겁게 바라보고 있는 사티스와 엘은, 두 사람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서로에게 의문의 애칭을 부르며 점차 얼굴을 가까이한다.



    "엘루......"

    "사사 ......"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알렉산드라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부채를 접었다. 오늘의 야회에는 외국 손님은 없을지라도 왕실 주최의 야회다. 그런 자리에서 이 이상의 일을 하면 곤란하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알렉산드라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사티스가 증오의 눈빛으로 노려본다.



    "우리를 방해하다니!? 정말 무례한 여자다!"



     알렉산드라의 뒤에서 "무례한 건 어느 쪽일까요?" 라는 누군가의 작은 소리에, 알렉산드라도 마음속으로 격렬하게 동의했다.



    (정말이지 옛날부터 한심한 분이었어)



     알렉산드라가 사티스를 처음 만난 것은 열 살 때였다. 그때부터 사티스는 제멋대로에 잘난 체 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비현실적인 성격이었다.



     "나는 왕자다! 나는 위대해! 내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라는 말을 듣고, 알렉산드라는 어린 마음에 '뭐야, 이 멍청한 왕자는'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제 일처럼 기억에 남는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티스의 동생인 둘째 왕자가 차분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사티스의 자유분방함은 더욱 돋보였다.



     알렉산드라는 몇 년 후 자신이 사티스의 약혼녀로 선택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티스를 남편으로 삼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왕족의 약혼 제의를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고, 이 약혼 자체는 후작가에 이익이 되기도 한다.



     딸에게 자상한 아버지는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라고 말했지만, 알렉산드라 자신은 '이 정도면 오히려 할만해. 내가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으로 그를 도우면 명군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알렉산드라는 책임감 없는 약혼남이 여기저기서 저지른 일들을 뒷수습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이를 계기로 교우관계가 넓어지고 많은 지식을 얻고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은 나름대로 보람찬 나날이었다.



    (그것도 오늘로 끝이구나 ......)



    "듣고 있는 거냐!?"



     사티스의 분노를 무시하고, 알렉산드라는 입가에만 미소를 지었다.



    "네, 물론이에요. 사티스 전하께서는 저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그쪽 아가씨와 새로이 약혼을 하신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사티스는 알렉산드라의 시선으로부터 엘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은 마치 공주를 지키는 기사처럼 자아도취하고 있었다.


    728x90

    '연애(판타지) > 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0) 2024.01.24
    5  (0) 2024.01.24
    4  (0) 2024.01.24
    3  (0) 2024.01.24
    2  (0) 2024.0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