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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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5일 20시 26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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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미안해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미안해 플로체, 나는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



     직장의 송별회 후, 결혼을 한 달 앞둔 다미안의 방에 가보니 그곳에는 직장 후배인 마리타가 실오라기 한 올도 없는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결혼을 할 거라면 직장을 그만두라는 부탁을 받은 나는, 오늘이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송별회를 열게 된 것이다. 그 송별회에는 마리타도 참석했었는데, 어째서 마리타가 여기 있는 걸까?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다고 말했었나?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후배였지만, 분명 불과 1 시간 전만 해도,

    "선배! 행복하세요! 응원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었는데.



    "플로체, 난 역시 귀여운 여자애가 좋아."

     다미안은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침대 위에서 마리타를 안아주며 말했다.



    "너는 그 뭐라 해야 하나. 엄마 같다고나 할까? 빨래나 요리 같은 걸 뭐든 다 해 주는 건 좋은데,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져야. 그런 너와 결혼하면 내가 남자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 없어."



    "잠깐, 다미안 씨! 선배를 엄마 취급하다니 너무 하지 않아요~?"

    "괜찮아, 이제 헤어질 거니까."

    "잠깐! 다미안 씨! 너무해~"



     다미안의 품에 안긴 마리타는, 조롱하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





     그 후 어느 사이엔가 집에 도착했는데, 사흘 후에는 이사를 할 수 있도록 짐을 싸 놓았기 때문에 내 집은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 방은 집주인이 특가로 빌려준 것인데, 내가 나가고 나면 딸 부부가 이사를 올 예정이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까지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 없다.



     직장이 없고, 사흘 후면 집도 없어져 길거리로 나앉게 된 나는 집에서 세 동 옆에 있는 술집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참고로 나는 술집으로 이동하는 시점에 엉망진창의 꽃다발을 가져왔다고 한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은 얼굴이 다 젖은 상태였고,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무언가에 내팽개친 듯한 모양의 꽃다발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모양이라서,

    "・・・・"

     마스터도, 술을 마시러 온 손님도 슬며시 얼굴을 돌렸다고 한다. 그런 모습도 모른 채 카운터에 앉은 나는, 꽃다발을 발치에 던져놓고 술을 주문했다,



    "잠깐, 너, 그 화장, 그대로 두면 내일쯤 얼굴이 큰일 날 것 같으니까 지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손님은 상당한 강심장이었던 모양이다. 마스터에게 부탁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건을 준비해서, 내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저 같은 여자는 화장을 지울 가치도 없는 여자예요. 저 같은 여자는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쓸데없이 헌신하는 여자예요, 그런 여자에게 동정심 따윈 필요 없어요."



     송별회에서도 공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말에 술을 마구 마셔댔던 나는, 더욱 술을 마셔대는 바람에 재기불능의 헬렐레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알아요... 알아... 헌신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도 해버린다고요......... 청소, 빨래, 식사, 다림질까지 다 해버린다고요... 여자로서의 매력 제로인 저는, 결국 가정부 취급, 엄마 취급을 당하게 되는 거죠."



    "아니, 여성으로서 프로급의 집안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존경할만하고, 너는 제대로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보는데."



    "고마워요, 하지만 위로는 필요 없어요. 결혼할 때까지는 손대고 싶지 않다는 말은 늘 들어요. 지겨울 때까지 가정부 노릇만 하라는 것도 맨날 있는 일.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는 더부살이 가정부로 사는 게 나으려나........"



     여자의 월급으로 치안도 좋고, 좋은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의 집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집주인이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이유로 빌린 집이니까.



    "저는 요리도 잘하고, 세탁도 잘하고, 다림질도 프로급이고, 청소도 프로급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이런 저를 고용해 줄 사람이 있다면..."



     돈 많은 노부부라든가, 돈 많은 노부인이라든가, 아니면 틸부르크의 시내에서 살림하는 가정부를 모집하고 있지 않을까....





           ◇◇◇◇





    "잠들었군요."

     술로 위장한 물을 계속 건네주던 점주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군요."

     술집 주인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 손님에 대해 사과를 하러 온 것이다.



     알고 보니 이 근처에 사는 여성이며, 조만간 국경수비대의 군인과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병사는 다미안 아펠이라는 빨간 머리의 반반한 녀석인데, 그동안 여러 여자들에게 손을 댔다고 하지만 옆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여자, 플로체와 사귀면서 진정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또다시 화려한 얼굴의 젊은 여성과 함께 외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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