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7――(2)2023-09-28 23:47:21만약 흑막인 마녀가 그걸 이상하게 생각했다면, 이번 내전에서 콜트레치스 후작 측이 마젤과 리리의 신병을 내놓으라는 식의 이상한 조건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약혼남 후보에 대한 소문, 묘하게 함정인 것 같은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거기까지 노린 건 아니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 전하가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경은 안하임 때와 마찬가지로 경의 신변 자체가 미끼가 된다는 말인가." "예." 매우 꺼림칙하지만 아마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콜트레치스의 마녀를 쓰러뜨리려면 그게 최선인 것 같다. 그 결투 재판, 적들의 의도대로 진행되어 마젤이 피고인이 되어 움직일 수 없어 라우라가 단독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누군..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7――(1)2023-09-28 23:45:56"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엔 마군도 2단계의 계책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2단의 계책?" "예, 그렇습니다. 적도 우리가 스카이워크를 사용하고 있음을 이미 눈치챘을 테니까요." "그렇군." 왕태자 전하가 그런 판단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불타는 콜트스에서 수뇌부만 스카이워크로 탈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적들은 대어를 놓치게 된다. 이제는 저쪽도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책 정도는 생각해 놓았을 것이다. "또 하나는 마군 측도 이제 슬슬 진짜로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물폭주 때의 실패 정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피노이 공방전 이후 왕도 내에 잠입해 있던 마족도 괴멸되었고, 바람의 사천왕의 왕..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6――(2)2023-09-28 23:03:34중국의 항우나 여포처럼 장군 개개인이 너무 강한 군대는 작전 같은 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마왕은 확실히 강하다. 그건 확실하지만, 강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돌격하는 단순한 전투 방식만 해왔으니 당시에 피노이 성채를 공략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의 은총이나 기적이 아니라 상대가 멍청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길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것이 그때 레페가 읽어주었던, 여기저기 생략된 듯 보이는 성전의 기록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현재, 초대 용사 시절부터 수백 년 동안 인간들 간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조금은 계략을 세우게 되었지만, 그것도 사실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부하 마족들이지 마왕 본인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주 아이러니한 표현으로 말하..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6――(1)2023-09-28 23:02:56적은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왕국군을 섬멸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전하의 호위 기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트리오트 왕국을 멸망시키고 바인 왕국의 왕도를 습격하려는 마군이 이런 지방령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밖에 없을 것이다. 바인 왕국군의 주력을 한 곳에 모아 섬멸하기 위한 무대로서 콜트스가 선택된 것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상회에 주문한 물품을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 숯도 대량으로 주문한 것 같고, 보리를 주문할때 짚과 곡식 껍질까지 통째로 구입한 것도 그렇고,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수많은 협죽도다. 이 식물은 전생에서도 정원수나 가로수로 흔하게 심어졌지만, 사실 잎, 가지, 꽃, 열매, 뿌리 모두에 독이 있다. 주성..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2)2023-09-28 22:17:25"저희 라마즈 상회는 콜트레치스 대공 전하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전하께서도 경들의 판단과 결단에 기뻐하실 거다. 전해 두도록 하지." 전하기만 하는 것은 공짜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지에서의 보급도 중요하다. 보급품이 부족하면 약탈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 콜트레치스 후작령은 왕실의 직할령이다. 주민들을 약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중세시대 군대와 약탈은 거의 불가분의 관계로, 대체로 약탈의 기록과 한 세트로 묶여 있다. 약탈 기행(카발카타)라는 단어까지 존재할 정도다. 벌집이 든 상자나 짚단, 깨진 그릇까지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록이 있는 반면, 간혹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동로마의 명장 플라비우스 벨리사리우스의 기병들은 '숲의 나무에 맺힌 열매조차 만..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1)2023-09-28 22:16:55회의가 끝난 후, 일단 마을을 나와 겟케 씨를 데리고 왕세자 전하를 만나게 하고서 겟케 씨가 칭찬과 보상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넷째 왕자의 포획에 대한 보상이다. 사실상 이 몸값을 바인 왕국 측이 받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지만, 팔리츠의 입장에서는 바인 왕국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왕자나 기사단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불만이 없을 것이다. 붙잡힌 바보 왕자는 저쪽 나라에서 평판이 떨어질 테지만, 그런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몸값은 아깝게 되었네요." "그 대신 바인 왕국과 팔리츠의 외교 관계는 유지되겠지. 바인 왕국 측에 원군을 보낸 거라면, 국경을 넘어 병사를 침투시킨 것이 아니게 되니까." 그래도 체아펠트 부대에 지급할 보수는 별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나로서는 기사들에게 지급할..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4(●)――(3)2023-09-28 21:25:09"반대로 말하자면 왕자를 보낸 다음 콜트레치스가 승리하는 것, 이것이 팔리츠 측에서 볼 때 최선의 결과입니다. 차선책은 코르틀레지스 후작이 패배하더라도 후작가의 사람이 팔리츠에 망명해 오는 경우입니다." "그게 차선책이었나." "콜트레치스에서 왕이 나온다는 신탁을 믿는 사람이 일정 수가 있다면,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흠, 바인 왕국 내부에 동요를 일으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어떤 형태로 동요를 일으킬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차남을 팔리츠 왕족의 딸과 결혼시켜서 본격적인 대외 전쟁을 벌일 때 기폭제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팔리츠 왕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인 넷째 왕자가 포로로 잡혔을 경우에도, 콜트레치스 후작의 혈족이 망..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4(●)――(2)2023-09-28 21:24:34보통 화살이라는 녀석에는 화살촉이라는 새의 깃털로 만든 화살의 비행 방향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새한테도 개인차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듯이, 새의 깃털에도 개인차가 있다. 그래서 화살 하나에 세 개 혹은 네 개의 화살촉이 달린 것이 기본인데, 이 화살촉은 모두 같은 새의 개체에서 가져와야 한다. 한 화살에 두 마리 이상의 새의 깃털을 모아 만든 제품은 화살날개의 공기저항이 달라져 활의 명인이 사용해도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저격용, 즉 명중 정확도가 요구되는 화살과 적이 집단으로 몰려왔을 때 집단 어딘가에 맞기만 하면 되는 난사용 화살을 따로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활과 화살 장인들도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보통 납품되는..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4(●)――(1)2023-09-28 21:23:26"세계는 무대, 사람은 모두 배우"라는 말은 셰익스피어가 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주관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왕세자 전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전하는 정말 멋진 배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미남이니까. 그 전하의 옆에서 왕의 칙사라는 직함을 가진 인물이 앞으로 나오더니, 폐하의 선언을 낭독한다.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잘못을 읽어 내려가며 작위를 박탈하고 후작령을 왕국이 몰수할 것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사실상 반복되는 내용이다. 후작령의 제2도시에서 이를 낭독하는 것은 이미 후작령은 왕가의 땅이라는, 말하자면 후작령의 영민에 대한 연출에 불과하다. 이후의 선언에 이르러서는 왕도를 출진할 때부터 수뇌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공표하는 것뿐인데, 여기서..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3(●)――(3)2023-09-28 20:40:43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서 베르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필요한 일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쾌한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자, 지나가던 기사들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걸어가면서 노이라트와 슌첼에게도 몇 가지 지시를 내렸리, 그대로 몇 군데를 연달아 방문하고 필요한 인원을 빌리며 이후의 연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마을이 점령당한 데다 장남의 약혼 파기로 건물 전체가 침울해져 있던 상회 앞에, 수많은 불빛을 밝힌 기사의 행렬이 늘어선 것은 해가 바뀔 무렵의 일이었다. 부름에 놀라 상회 밖으로 나온 상회장의 장남을 향해, 마차에서 내린 소녀가 감격에 겨운 듯이 안겼다. "바트 님!" "아, 아니카!? 왜 여기에 ......" "감격의 재회를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경이 바트 라마즈인가?" 베르너가 영업용 ..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3(●)――(2)2023-09-28 20:39:51맥스가 한 번 나가더니 두 사람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베르너의 불쾌지수가 급상승했다. 맥스가 그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말을 건넨다. "경은 첫 대면일 텐데, 내게 무슨 용무지?" "예. 자작 각하를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기드 자이펠트라고 합니다. 이 포안의 관리를 맡고 있었습니다." 노이라트와 슌첼이 자이펠트라고 밝힌 상대의 얼굴을 잠시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베르너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호오,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도망친 줄 알았어." "아, 아니요, 도망쳐도 후작부인이 용서해 줄 것 같지 않아서......" 그건 그럴 거라며, 내심 베르너도 납득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무식한 세계'인 이 세계에서 싸우기도 전에 항복하지 않는 한, 돌담으로 ..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3(●)――(1)2023-09-28 20:37:27콜트레치스 후작령에서는 제2의 도시라고 불리지만, 왕국 직할령보다는 규모가 크게 작아서 많은 수의 기사와 병사들이 안에서 숙박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낮에 공격할 때는 많은 병사들이 들어왔지만, 이후 대다수는 마을 밖으로 나가 야영을 하고 있다. 다음날에 왕국군 본대가 입성할 때를 대비한 준비를 하는 한편, 절대 고압적으로 나오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진 탓에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영주관에는 할포크 백작과 도호나니 남작이 들어갔고, 베르너와 쿠페르나겔 남작은 제각기 영주관 근처에 있는 마을 숙소를 임시 직무 장소로서 접수했다. 지휘계통은 백작, 자작인 베르너, 쿠페르나겔 남작, 도호나니 남작의 순서로 되어 있지만, 지도부가 한 곳에 모였다가 화재 등의 사고라도 발생하면 전군이 마비될 수 있기..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2(●)――(2)2023-09-28 19:21:29하지만 그 전후로 바인 왕국군의 본대도 움직이기 시작하여 포안 동쪽에 있는 요새 부근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냉정하게 있을 수 없었다. 동쪽과 서쪽의 인접한 요새에서 동시에 원군 요청이 들어오자, 포안 수비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관리와 수비대장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관리는 이 포안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두 요새를 모두 포기하고 포안에 병력을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반면 수비대장은 콜트레치스의 기사답게, 두 요새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버는 편이 좋다면서 오히려 성벽이 있는 포안에서 조금이라도 인원을 차출해 요새의 방어력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여분의 병력이 있긴 합니까?" "먼저 무너진 세 요새..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2(●)――(1)2023-09-28 19:20:26별동대로 활동하던 맥스와 오겐의 부대가, 왕자와 장군을 버리고 도망친 20여 명의 팔리츠 기사들을 붙잡아 베르너와 합류한 것은 해가 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을 정도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맥스 일행은 이른 아침에 바인 왕국군의 물자를 습격하러 나간 팔리츠 군과 교대로 야영지로 들어가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을 포로로 잡았고, 베르너에게 패한 부대에서 도망친 이들도 붙잡기 위해 매복하였던 것이다. 숙소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고한 맥스를 베르너가 달래며 상황을 설명한 직후, 바인 왕국군 본대에서 온 쿠페르나겔 남작과 도호나니 남작이 이끄는 부대도 도착했다. 자세한 사정을 들은 쿠페르나겔 남작이 베르너를 칭찬했다. "설마 팔리츠의 왕자까지 포로로 잡았을 줄이야.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1(●)――(2)2023-09-27 22:33:33"......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실이다" 무장해제되어 상반신을 벗은 채 무릎을 꿇고 있던 팔리츠 군의 실질적 지휘관인 쿠뉴벨 백작이, 침통한 표정으로 노이라트와 쉰첼 두 사람을 좌우로 거느리고 있는 베르너의 질문에 답했다. 쿠뉴벨 백작은 처음에 수많은 말들이 먹이를 먹으려고 몰려들었을 때의 혼란 속에서 낙마하여 다리뼈가 부러졌다. 싸우지도 못하고 그대로 포로로 잡히게 된 것을 보면, 백작에게 운이 없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즉, 루디거 제4왕자 공은 신탁에 따라 참전했다?" "그렇다." 일부러 전하가 아닌 공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확인하려는 베르너에게, 백작은 오히려 진지하게 대답했다. 불신감이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베르너를 올려다보며 쿠뉴벨 백작이 입을 열었다. "거짓은 말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