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4(●)――(1)
    2023년 09월 28일 21시 23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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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무대, 사람은 모두 배우"라는 말은 셰익스피어가 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주관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왕세자 전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전하는 정말 멋진 배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미남이니까.



     그 전하의 옆에서 왕의 칙사라는 직함을 가진 인물이 앞으로 나오더니, 폐하의 선언을 낭독한다.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잘못을 읽어 내려가며 작위를 박탈하고 후작령을 왕국이 몰수할 것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사실상 반복되는 내용이다. 후작령의 제2도시에서 이를 낭독하는 것은 이미 후작령은 왕가의 땅이라는, 말하자면 후작령의 영민에 대한 연출에 불과하다.

     이후의 선언에 이르러서는 왕도를 출진할 때부터 수뇌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공표하는 것뿐인데, 여기서 하는 것이 필요한 의식이라는 뜻일까.



     "...... 또한 구 콜트레치스 후작령 수도 콜트스를 왕태자 휴벨투스의 직할지로 삼고, 이와 함께 '콜트레치스 대공'이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영민들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기사단 쪽에서 "콜트레치스 대공 휴벨투스 전하 만세!"라는 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시민들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합창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부러 저랬던 거겠지만, 왕태자 전하는 기사단에서도 평판이 좋기 때문에 진심이기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목소리에 답하여 손을 흔드는 전하의 모습은 그림이 된다.

     우스갯소리인지 속담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콜트레치스 후작가가 퍼뜨린 '콜트레치스에서 왕이 나온다'는 신탁이 또 다른 의미에서 사실이 되어버린 셈이다. 다만 콜트레치스 후작가에서 나오지 않을 뿐.

     뭐, 다 아는 것을 굳이 한다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이 세상에는 아직 순진한 사람도 많으니 높은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는 이야기가 의외로 유효할 때도 있거든. 그 부분을 납득하면서 일단 전하의 뒤에서 박수를 쳐둔다.



     참고로 '전례대신 보좌라는 입장에서 경이 읽어보겠는가?'라고 전하가 농담처럼 물었을 때는,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거절했다. 그런 것을 읽어주는 것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일이다. 사람들 앞에서 막히지 않고 읽어 내릴 자신이 없습니다.



     



     "다들 수고 많았다."

     "옙."



     무대 연극, 아니 국가적인 연출이 끝난 후 영주관의 가장 큰 식당을 편의상 회의실로 삼아 회의가 시작되었다. 체격이 좋은 귀족들이 가득 차서 조금은 땀내난다.

     우선 첫 번째 결정사항은 이틀간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교대로 전군을 쉬게 하는 것이다. 포안 규모로는 전원이 모두 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보고와 현황 확인에 들어간다.



     보고 중 큰 화제로서, 내가 팔리츠의 제4왕자 포박과 기병을 붙잡은 건에 대한 보고가 쿠페르나겔 남작으로부터 올라왔다.

     이는 딱히 내가 공적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거론하며 공적을 전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내가 남의 공적을 가로챈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쿠페르나겔 남작이 공적의 보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거다.

     포안 공략에 대한 도호나니 남작의 공적을 포함하여 쿠페르나겔 남작의 보고를 들은 왕태자 전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잘해주었다."

     "송구합니다. 제4왕자를 직접 체포한 것은 용병대의 겟케이니, 그자에게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직접 말을 걸지. 데리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부대로서의 공과 개인의 공은 별개이니 겟케 씨의 공적을 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왕족이 직접 용병에게 칭찬을 하다니. 그쪽이 더 의욕이 생기긴 하겠지만, 이 사람도 어딘지 모르게 규격 외구만.



     이어 할포크 백작이 포안 영내의 상황 보고와 물자 상황을 설명했다. 어젯밤의 소동 ...... 내가 일으킨 것 같은 것 ...... 을 들었을 때, 전하께서는 눈웃음만 지으셨지만 왠지 나중에 놀림을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살에 관해서는 품질을 확인할 수 없으니 모두 난사용으로 하겠습니다."

     "그거면 됐네."



     백작의 보고에 왕태자 전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인했다. 뭐,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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