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3(●)――(2)2023년 09월 28일 20시 39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맥스가 한 번 나가더니 두 사람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베르너의 불쾌지수가 급상승했다. 맥스가 그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말을 건넨다.
"경은 첫 대면일 텐데, 내게 무슨 용무지?"
"예. 자작 각하를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기드 자이펠트라고 합니다. 이 포안의 관리를 맡고 있었습니다."
노이라트와 슌첼이 자이펠트라고 밝힌 상대의 얼굴을 잠시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베르너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호오,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도망친 줄 알았어."
"아, 아니요, 도망쳐도 후작부인이 용서해 줄 것 같지 않아서......"
그건 그럴 거라며, 내심 베르너도 납득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무식한 세계'인 이 세계에서 싸우기도 전에 항복하지 않는 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하루아침에 함락된 사례는 흔치 않다. 후작부인이 있는 콜트스로 도망쳐서 돌아간다고 해도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왕국군 입장에서는 틀림없이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일원, 그것도 제2도시를 맡았던 관리다. 중신이라 할 수 있다. 진작에 성문을 열었다면 모를까, 점령당하고 나서 항복한다면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려다 늦어버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베르너는 생각했다. 점령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도망치려다 그러지 못하고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용건이 있다는 것은 항복을 인정해 달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할포크 백작에게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그때 자작님께서 한 마디 거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는 경에 대해 그런 배려를 할 이유가 없는데."
"그, 그래서, 그......"
자이펠트가 동행자를 바라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나이로는 베르너보다 한 살 아래일 것이다.
"제 딸인 아니카라고 합니다. 체아펠트 자작의 시중을 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나이는 찼을 텐데, 이미 상대가 있는 거 아닐까?"
노이라트와 슌첼이 잠시 눈을 마주친 것은, 평온함 그 자체인 베르너의 말 뒤에 숨은 분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맥스도 뒤에서 반쯤은 노려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분위기를 읽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어 궁지에 몰린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이펠트는 고개를 숙인 딸을 앞으로 밀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약혼자가 있었지만 파혼했습니다. 딸도 각하와 같은 분의 곁에 있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자이펠트가 베르너를 노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베르너에 대한 소문의 또 다른 측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이퍼트 장군이 농담 섞어서 말했던 "둘째 왕녀와 용사의 여동생이라는 양손에 꽃"이라는 평판이 있는 것은 분명했던 것이다.
이 세상에는 영웅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이 없지만, 베르너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은 틀림없다. 물론 젊은 베르너라면 쉽게 구슬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자이펠트에게 불행한 점은, 베르너가 나이와 별개로 전생의 지식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일 것이다. 승자에게 이런 식으로 아첨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전생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는 물론이고 근현대에도 드물지 않다.
그리고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민중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전생에 대한 역사 지식이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베르너는 화를 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슌첼, 일단 여관의 여주인을 불러서 이 아가씨한테 목욕이라도 시켜달라 그래."
"오오, 감사합니다!"
자이펠트가 기뻐했다. 그 자이펠트에게, 겉으로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아쉽게도 지금은 급한 서류가 있어서 말이지. 다른 방에서 쉬도록 해."
"옙."
"노이라트, 자이펠트 공을 정중하게 모시고 가."
연금을 해두라는 무언의 지시를 내리고서 네 사람이 각각 방을 나가자, 이번에는 비꼬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맥스한테 손짓한다.
"목욕시켜 주라고는 말했지만, 받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데."
"오해는 상대방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베르너 못지않게 맥스의 목소리도 차갑다. 대장인 베르너를 얕잡아 본 것에 화가 났을 것이고, 기사이기 때문에 딸을 팔아넘기는 듯한 행동이 못마땅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아가씨가 자살이라도 하면 좀 귀찮을 테니, 그 점만은 주의하도록 해."
"알겠습니다만, 베르너 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노이라트가 돌아오면 먼저 할포크 백작을 만나러 간다. 맥스는 밀정에게 급한 일 좀 지시해 줘. 보수는 따로 지급할 테니."728x90'판타지 > 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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