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2(●)――(2)
    2023년 09월 28일 19시 21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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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전후로 바인 왕국군의 본대도 움직이기 시작하여 포안 동쪽에 있는 요새 부근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냉정하게 있을 수 없었다.

     동쪽과 서쪽의 인접한 요새에서 동시에 원군 요청이 들어오자, 포안 수비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관리와 수비대장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관리는 이 포안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두 요새를 모두 포기하고 포안에 병력을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반면 수비대장은 콜트레치스의 기사답게, 두 요새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버는 편이 좋다면서 오히려 성벽이 있는 포안에서 조금이라도 인원을 차출해 요새의 방어력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여분의 병력이 있긴 합니까?"

     "먼저 무너진 세 요새에서 도망쳐 나온 자들을 쓰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전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리가 냉소적으로 묻자 수비대장도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들고 도망치면 추격하지 않겠다는 왕국군의 선언을 듣고 그대로 무사히 도망친 그들은, 이미 전의를 잃은 상태였다. 설령 요새로 보낸다고 해도 금방 다시 도망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을 이 포안에 두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겠는가?"

     "그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엔 관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쪽에서 문이 열려버리면 손쓸 수가 없다. 애초에도 개전 초기에 순식간에 세 개의 요새가 함락되어서, 포안의 주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기본 전략은 왕국군의 발목을 잡으며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그 작전은 두 사람 모두 이해하고 있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에 차이가 있던 것이다.



     "애초에 주성지성제의 기본은 주성에서 원군이 올 것을 전제로 한 것. 포안에서의 원군이 오지 않는 요새는 오래 버틸 리가 만무합니다."

     "하지만 요새를 공격한 그날 포안을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새가 하루를 버티면 이틀의 시간을 벌 수 있지. 그 사이에 팔리츠의 기병이 왕국군의 보급물자를 ......"

     "말씀드립니다!"

     "무슨 일인가!"



     두 사람의 토론이 중단된 것은,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의 전령이 전한 한 가지 소식이었다. 팔리츠의 기병 수십 기가 포안의 성문 근처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두 사람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지?"

     "옙, 그게, 성문 밖에 있는 대표자가 말하길, 팔리츠 군이 체아펠트 자작에게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 소식에 놀라고 있을 때 새로운 전령이 달려온다. 저 멀리서 저 체아펠트의 깃발을 든 부대가 이 포안을 향해 오고 있다는 보고에, 대관도 수비대장도 얼굴색이 변했다. "마장 살해자"의 접근에는 그들도 냉정할 수 없었다.



     "일단 그 팔리츠 기병을 당장 안으로 들여보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정을 듣고 싶다."

     "알겠습니다."



     급히 전령이 떠나자, 관리와 수비대장이 얼굴을 마주했다.



     "일단 경은 갑옷을 입는 편이 좋겠군요."

     "그, 그러도록 하지."



     수비대장의 말에 관리가 자리를 떴다. 수비대장은 그 사이 팔리츠 기병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성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팔리츠 기병의 갑옷을 입은 도호나니 남작과 그의 부하 기사들에게 순식간에 인질로 잡혀 포안의 성문을 열게 된 것이다.



     베르너의 체아펠트 부대, 쿠페르나겔 남작부대와 도호나니 남작부대에 더해 서쪽 요새를 향해 남하한다고 큰 소리로 선언했었을 할포크 백작부대를 포함한 왕국군은, 거의 무혈점령의 형태로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두 번째 도시인 포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포안에 인접한 동쪽과 서쪽 요새의 수비병들이 이 소식에 놀라 요새를 버리고 도망친 것은 그날 밤의 일이다.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2차 방어선은 단 하루 만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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