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1(●)――(1)
    2023년 09월 27일 22시 32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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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왕자라는 선언에, 구속하고 있던 기사들은 물론 베르너의 주변에 있던 노이라트와 슌첼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러모로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고, 베르너도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르너는 포로로 잡혀 있는 왕자가 아닌 겟케에게 시선을 돌렸다.



     "축하해 겟케 경, 고액의 몸값을 받을 수 있겠어."

     "어, 어어......."



     그 겟케 역시 순간적으로 반응이 단순해졌다. 설마 첫마디가 그것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런 겟케에게, 베르너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서 가볍게 건넸다.



     "공식적인 것은 나중에 하겠지만, 당장의 보상이다. 받아줘."

     "...... 알겠다."

     "바르케이, 백병전으로 전환한다. 왕자를 잡았다는 것을 강조해라. 항복한 상대는 손대지 말고, 저항하는 자와 도망가는 자는 용서하지 마라!"

     "옙. ...... 돌격!"



     베르너의 지시에 바르케이도 정신을 차린 듯 목소리를 높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따라서 돌입했다. 그 모습을 거의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던 팔리츠의 왕자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어, 어이, 네놈 ......!"

     "지금 여기서 포로로 잡혀 있는 전하보다는, 저기서 도망치려는 전하의 부하가 더 중요하니까요."



     얼굴도 보지 않고 베르너가 단언한다. 진심이다. 팔리츠의 기사들이 집단으로 산적이 되어 어느 마을을 점령하는 식의 사태가 벌어지면 백성들이 곤란해진다. 베르너의 생각으로, 이미 포로로 잡혀 있는 상대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그 자리에서 겟케에게 보상을 준 것은 물론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적장을 쓰러뜨린 부하에게 그 자리에서 신발을 주었다는 일화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칼을 내려놓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즉각적인 물질적 보상을 주는 베르너를 보고, 다른 용병과 모험가들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갑자기 의욕을 불태운 것은 틀림없다. 더군다나 검은 기사의 증표이기도 하다. 그것을 주저 없이 보상으로 내민 대장에게 주변 사람들이 놀란 눈빛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말의 근처에 멍하니 서 있던 팔리츠 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베르너의 시선 앞에서, 바인 왕국군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팔리츠 군을 공격하며 우세하게 전투를 진행했다. 일부 팔리츠 기사들 중에는 처음부터 저항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짧지만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서, 저항한 상대를 포박하거나 항복시켜 무장해제한 다음 자칭 왕자를 감시하는 전담 기사를 뽑았다. 그런 지시를 내리고서 한숨 돌리고 있던 갑자기 베르너가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그 왕자의 이름을 듣는 것을 잊어버렸어. 포로들에게서 확인해 보자."



     정말 관심이 없었나 싶어 노이라트와 슌첼이 놀라움과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다른 나라의 왕자를 포로로 잡았다는 사태에서 오는 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것 같으니 잊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왕자라고 말한 것은, 어려운 것을 생각하지 않는 돌대가리식 사고의 일면인가 하는 의문이 불현듯 들었다. 거기서 느낀 왠지 모를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여 생각에 잠긴 베르너에게, 바르케가 당황한 듯이 말을 건넨다.



     "베르너 님,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건 역시 생각지도 못했는데."



     항복하고 포로가 된 기사들에게서 검과 갑옷은 물론 신발까지 벗겨내고서 묶고, 부상자는 목숨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치료해 준다. 그렇게 전리품을 수레에 싣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베르너의 오산은 배가 부른 팔리츠의 말들이 길가의 초원에서 완전히 탈진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었다.

     물론 안장을 얹은 채로 드러눕지는 않았지만, 말들은 서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잘 수도 있다. 실제로 베르너의 눈앞에서 팔리츠의 말들은 여러 마리가 안장을 얹은 채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코를 골며 잠을 청하기까지 했다. 백 마리 단위의 말들이 휴식 상태에 빠진 것을 본 베르너는 이례적으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 역시 몸값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전리품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고, 마물의 습격을 받으면 불쌍하기도 하다. 포로로 잡힌 팔리츠 기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역시 이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베르너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바르케이, 맥스 일행과 왕세자 전하의 본대에도 사자를 보내줘. 맥스 일행과 합류할 때까지 이곳에서 포로들을 심문한다. 모험가들과 용병들은 주변의 경계를, 기사들은 포로들에게 시신을 묻을 구멍을 파게 하고 그 감시를 맡겨."

     "옙."



     지시에 따라 모험가와 용병들이 주변에 배치되어 경계를 시작했다. 이들이 미소 짓고 있는 것은, 베르너가 드물게도 사람들 앞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를 눈치챈 베르너는 포로들 중 유력자를 부르도록 말했다. 이것이 화풀이라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일말의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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