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29(●)――(3)
    2023년 09월 26일 23시 48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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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전날 인근 마을에 수송물자를 싣기 위해 인력을 모은 것은 확실하며, 바인 왕국군의 물자 수송대가 그 마을에 도착한 것도 확인했다. 그 마을에서 현재 그들이 숨어있는 언덕 근처까지는 늦어도 정오쯤에는 도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오가 지나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대가 되어도, 바인 왕국군의 병사들과 물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백작으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참을 더 기다렸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적에 백작도 결국 참지 못하고 주변에 정찰기를 여러 대 보냈다.

     그 중 한 기수가 여러 명의 무장한 마을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가지고 돌아왔고, 몇 명의 기사들에게 그 농부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드디어 출발한 기사들이 그 무리를 데리고 돌아왔기 때문에, "무기는 마물을 상대하기 위함입니다."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농민들을 죽일 생각이 없다고 달래고 나서야 사정을 들은 백작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라며 말했다.



     "복통이라고?"

     "예. 지휘하는 체아펠트 자작님께서 아침부터 누웠기 때문에 출발은 내일로 미뤄졌다고 합니다요."

     "저희도 보리 포대 등을 다시 싣고서, 점심에 밥과 일당을 받고 해산했습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할 테니 짐도 그대로 가져가도 된다고 하더군요."

     "............"



     열심히 말하는 농부들의 설명을 듣고 백작이 절규한 것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그들도 이 세상의 기사인 것이다. 정면으로 싸워서 이기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교육을 받았지만, 이번엔 작전의 일환이라며 마지못해 물자를 습격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최근 명성이 자자한 체아펠트 자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른 아침부터 습격 준비를 해왔는데, 설마 생각도 못한 이유로 하루 종일 계속 기다린 것이다.

     바인 왕국군이 오지 않은 이유가 복통 때문이라는 정보가 순식간에 군내로 퍼져나갔고, 이를 알게 된 팔리츠 군 전체에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쿠뉴벨 백작님, 지시를 ......"

     "...... 야영지로 철수한다 ......"



     농민들을 풀어주라는 지시를 내린 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백작에게, 부하 기사 중 한 명이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을 걸자, 백작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적장의 병이 이유라면 누구도 원망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까지 피로감을 느낀다면 헛수고라고 말해도 별 수 없지 않겠는가.

     습격에 대비해 안장을 얹은 채로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서있던 말이 불만을 품고서 코를 울린다. 자신들의 애마를 달래며, 팔리츠 군 전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숲 속에 조성된 야영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이 농부들은 하나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일당을 주고 마을에서 내보낸 후, 복통으로 잠들어 있어야 할 베르너의 지시로 병사들이 총출동하여 농민들에게 한 번 싣게 한 짐을 수레에서 내리고서 해산시킨 농민 일행, 특히 남은 콜트레치스 쪽 요새 근처로 향하는 농민들의 뒤를, 정찰병을 중심으로 한 모험가 일행에게 추적하게 한 것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기다림에 지친 팔리츠 군은 감시의 눈이 농민들에게서 자신들에게로 옮겨간 것을 알지 못한 채,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야영지가 있는 숲 속으로 되돌아갔다. 팔리츠 군이 물가가 있는 야영지로 돌아온 것은 이미 어두워진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 지친 그들이 야영지에서 숙면을 취하는 동안, 바인 왕국군 측은 밤의 어둠 속에서 분주하게 사자가 오갔다. 그 결과는 다음 날 이후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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