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무리하게 강을 건너면 이번에야말로 국가 대 국가의 침략 행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팔리츠 왕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콜트레치스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왕세자 휴벨의 말을 빌리자면, 팔리츠 측의 각오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왕국군의 보급선을 끊기 위해 몰래 콜트레치스령에 들어와 그곳과 바인 왕국령의 경계에 복병으로 숨어 있던 팔리츠 군은, 모국과 콜트레치스 후작군의 양측과 연락이 거의 끊긴 상태다.
팔리츠 군의 입장에서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바인 왕국군의 주력부대와 싸울 수밖에 없는데, 역시 그만한 전력도 없고, 묻혀버린 다리를 파헤칠 도구도 없다.
당초의 계획대로 바인 왕국군의 보급선을 끊으려 해도 콜트레치스 군과 연계가 되지 않아 정보가 부족했다. 콜트레치스 후작 측도 함부로 연락을 취하려다가는 왕국군에게 매복병의 위치를 알려버려서 속수무책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쪽으로 전개된 포글러 백작 가문의 존재로 인해, 왕국군은 콜트레지스 북부뿐만 아니라, 서쪽으로의 보급선도 조금씩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미 원군인 팔리츠 군의 보급선을 공격하는 작전 자체가 무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콜트레치스 측이 눈치채지 못한 치명적인 정보는, 왕국군의 이 서쪽으로부터의 보급선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팔리츠에서 온 원군이 몰랐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팔리츠에서 온 원군은 여전히 바인 왕국의 왕도와 원정군의 보급선을 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초기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바인 왕국군 측도 상대의 보급선과 동시에 정보망을 끊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괜찮은 거겠지?"
"그건 ......"
"괜찮아요, 부인."
라우터바흐가 대답하려는 순간, 차분하지만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후작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오오, 무녀공인가. 문제가 없다는 건 사실인가?"
"물론이에요. 콜트레치스 가문에서 왕이 나온다는 신탁은 틀림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신탁의 여사제 중 한 명으로, 왕실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던 여인의 묘하게 억양이 없는 목소리에, 에르메진데는 "그런가."라고만 답하며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콜트레치스 기사단장 라우터바흐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했는지, 확인하는 듯 입을 열었다.
"제2왕녀 전하의 아이가 고위직에 오를 것이라는 신탁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무녀 공이 아닌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로 충분한가?"
"물론이에요. 휴벨투스 왕자가 이 전쟁에서 죽는다면 그렇게 될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으세요?"
"음......."
콜트레치스에서 왕이 나온다는 신탁이 있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바인 왕국이 멸망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라우라가 무사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 반박할 재료가 없다.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라우터바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후 작전 계획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 세계에서의 전투 방식은 전장에 병력을 모아 싸우는 직접적인 결전을 가장 선호한다. 콜트레치스 후작군 수뇌부와 팔리츠의 원군은 왕국군이 그렇게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서 작전을 짜고 있었다.
이에 반해 바인 왕국의 총사령관인 휴벨은 후작령 전체를 하나의 장기판으로 보고, 여러 군대를 연동시켜 다각적인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쓸데없는 결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설령 결전을 하더라도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후에 하겠다는 것이 왕국 측의 기본 계획이었다.
이를 모르는 콜트레치스 측의 수뇌부는 결전에 대비해 남쪽의 도시인 '후스한'과 각지의 마을에서 병력을 모으기로 하고, 일단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전략 사상의 차이를 콜트레치스 측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전황은 다음 단계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