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29(●)――(1)
    2023년 09월 26일 23시 45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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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으며 베르너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은, 음식의 맛 때문이 아니라 전날에 빼앗아서 물자 집결의 거점이 된 요새에 남은 동료가 된 사람의 취향 문제 때문이었다.



     "가장 동쪽의 요새를 남긴 것은, 콜트레치스 후작군이라기보다는 팔리츠 군의 거점으로서 남겨둔 것입니까."

     "아마도 그런 거겠죠. 잠재적인 적국 내에 고립되었다면, 아무래도 현재의 안전을 유지하고 싶을 테니까요."



     베르너는 할포크 백작이 뿌리는 향수의 냄새에 대한 불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대답했다. 수프를 마시기 전에 냄새를 확인하는 것은 코가 익숙해지지 않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백작은 능력도 있고 성격도 나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너무 강한 냄새를 오래도록 맡아서인지 자신의 코가 무뎌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베르너의 속마음이다.



     백작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을 접어두면, 베르너도 그 판단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농민들을 모아둔 병사들을 이끌며 요새 밖으로 공격에 나서기는 어렵고, 요새 자체는 그냥 놔둬도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바인 왕국 측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은 팔리츠 군이 왕도 쪽으로 침공해 약탈을 반복하는 교란과 파괴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일시적으로라도 제1, 2기사단이 왕도에 있지 않아 요격을 위한 기동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인 왕국군이 팔리츠 군의 야영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적의 요새를 방치한 탓에, 팔리츠군은 현재의 거점을 떠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모국과 단절된 탓에 보급과 정보까지 끊길까 봐 두려워진 것이다.

     팔리츠 군이 폭발한다면 한니발처럼 국내를 돌아다니며 이곳을 소모시키는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의견을 내었던 것은 베르너였지만, 이에 대해 왕태자 휴벨은 병력을 한 명도 쓰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수단을 취한 것이다.



     "그렇겠지. 그리고 이쪽의 식량과 물자를 빼앗은 후 보관할 장소도 꼭 필요할 터. 그렇다면 저 요새의 근처에서 습격당할 가능성이 높겠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적들도 식량이 필요하니까요."



     원군으로 온 팔리츠군 입장에서는, 콜트레치스 후작령에서 약탈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궁지에 몰리면 그런 말도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식량으로 연명할 것이다.

     그리고 적인 바인 왕국군으로부터 식량을 빼앗을 수 있다면, 자신들의 식량을 보충할 수 있는 동시에 왕국군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송되는 물자를 노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경이 수송로 중간에 있는 마을에 노동력으로서 인근 주민들을 모으게 한 것도 함정의 일환인가?"

     "소문을 퍼뜨리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니까요"



     다음 보급부대를 맡게 된 베르너로서는, 요새 근처의 숲 속에 숨어 있는 기병들을 쫓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숲 속을 헤매는 수고로움, 혹시라도 적에게 숲 속에서 매복당했을 때의 피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마물과 마주칠 위험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적군을 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남쪽에 있는 포안의 동쪽에 위치한 적의 요새는 괜찮을까?"

     "본대에서도 견제 병력이 나올 겁니다. 공격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거리도 머니 기동전에는 곤란한가."

     "그렇습니다. 보급선 북쪽에 남아있는 요새 부근이 적의 습격 거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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