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콜트레지스 측이 예상치 못한 것은, 가장 동쪽에 있는 요새를 무시한 왕국군의 본진이 이웃나라이자 은밀한 협력 상대인 팔리츠와의 국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왕태자 휴벨은 왕국 쪽에 있던 요새 중 3개가 함락된 것을 확인하자, 나머지 하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콜트레치스 영토를 빠르게 행군하여 팔리츠 국경으로 향했고, 그곳에 걸려 있던 다리를 묻어버린 것이었다.
이 '묻어버렸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보통 건축 등에 사용되는 흙을 생성하는 마도구는 마석 소비 효율이 낮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왕도 방어전의 결과, 모험가들에 대한 보상 등이 있기는 했지만 어둠의 기사 다크나이트의 마석만 200개에 육박하고, 쌍각수 바이콘의 마석도 거의 같은 수만큼 회수되고 있는 현재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급과잉 상황이며, 오히려 소비하지 않으면 구매 가격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왕태자 휴벨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석을 소비하려는 의도도 있었고, 흙을 생성하는 마도구를 다수 가져와 단숨에 콜트레치스령과 팔리츠에 걸려 있던 다리 위에 높은 흙더미를 만들어 버렸다. 돌로 만든 다리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규모의 흙더미였다.
동시에 마도구에 의한 다리 매립 작업과 병행하여, 거의 모든 병사를 동원하는 인해전술로 다리 근처에 또 다른 군사 물자 집결용 요새를 건설하여 다리의 감시와 물자 보관을 모두 담당할 거점도 확보해 놓았다.
이때, 모험가 길드에 반입된 마석은 모험가 길드를 경유하는 형태로 국가가 모두 사들이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마석을 사들여 모험가 길드에서 금화나 은화가 없어지면 약초 채집 등 다른 업무에 대한 보상 지급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화와 은화의 유통량 문제이기도 하다.
동시에 콜트레치스 후작령 침공 작전의 보급선 부근의 마물 대책으로, 국가가 길드를 통해 모험가들을 대거 고용하는 형태를 취했고, 이에 모험가 길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운영에 도움을 받은 길드 측도 공식적인 의뢰인만큼 마물 대책이라면 문제없겠다 싶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했고, 그 결과 국가 측은 많은 모험가를 동원해 보급선의 마물 대책 요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예산에 교회 측의 막대한 배상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바인 왕국군 상층부만 알고 있다.
레페 대신관이 마군과 손을 잡고 용사의 여동생 릴리에게 저지른 행위는 민중에 대한 교회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킬 수 있는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왕실 측이 제출한 [레페 대신관의 죄는 마군에게 '조종당해' 왕실에 대한 반역이다]의 왕가에 대한 반역 행위만 인정하고, 대신관의 즉각적인 처벌에 관해서는 국가 측의 잘못도 인정한다'는 타협안에 교회 측도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목상으로는 마군의 왕도 습격으로 인한 피해 복구 자금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작은 나라의 반년치 예산과 맞먹는 막대한 교회 자금을 얻음으로써 바인 왕국 측은 이 콜트레치스 후작령 침공 작전의 군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리가 묻힌 것으로 인해 팔리츠 왕국 측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그 산을 넘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무거운 것은 흙에 가라앉기 때문에, 말이나 마차 등이 산처럼 쌓인 흙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사람이라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흙더미를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뒷거래가 발각된 상황이라 해도, 이 단계에서 팔리츠 측이 지금의 코르틀레츠에 증원 병력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발견되지 않고 다리를 건너는 것은 불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