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제압 과정을 지켜보던 베르너가 노이라트와 슌첼의 질문에 답하였다.
"금화나 은화와 함께 던져 넣은 겁니까?"
"그래. 그렇게 하면 비싼 물건들로만 보여. 유리도 보석으로 보일 테니까."
라페드가 준비한 것은 보석만이 아니었다. 용도가 그런 것이라면 이걸 넣자며, 보석처럼 보이는 디자인의 유리구슬과 겉보기에는 예쁘지만 단순한 돌도 여러 개 섞어 넣은 것이다.
베르너는 부피가 커진 그것들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금화나 은화도 함께 상자에 넣고 상자 전체를 투석기로 쳐서 넣었다.
"유리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석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용하나요?"
"그 보석은 비싸지 않아요. 물건에 따라서는 은화 몇 개 정도의 가치야. 금화가 더 비싸다."
베르너의 전생에 '폐석'이라고 불렀던 것들이다. 너무 작아서 가공할 수 없거나, 표면 흠집이 깊어 깨뜨려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균열 균열이 있어 가공할 수 없는 것, 불순물이 많아 투명도 선명도에서 평가가 높지 않은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석이긴 하지만 금전적 가치가 높지 않아서 잘게 부숴 연마제로 사용하거나 물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르너의 말처럼 한 끼 식사 값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이 세상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유리가 더 비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모르면 모든 보석이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평상시에는 평민들이 접할 수 없는 물건이니까."
"그렇군요."
베르너의 대사에 노이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슌첼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왜 하필 보석을?"
"하나는 외형적인 문제, 또 하나는 인상이겠지"
"인상이요?"
"금화나 은화와는 달리 배분할 수 없잖아."
보통 전리품이나 전리품은 한 번 모아서 공평하게 분배한다. 베르너의 전생에서는 직역하면 전리품 담당이라고 할 수 있는 약탈품 관리 전담직이 있을 정도였다. 보급부서나 의료부서처럼 직접 싸울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한 개로 금화 수십 냥이 될 수도 있는 보석과 은화를 저울에 올려놓고 생각해 보면, 순순히 제출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석을 숨겨두고 나중에 팔면 몇 년은 놀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순순히 제출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
"...... 확실히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규군이라면 모를까, 전쟁할 의지가 없는 평민 징집병이다. 더군다나 지휘하는 사람이 신뢰를 얻고 있다면 몰라도, 지위와 권위만으로 병사들을 '지배'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요새의 지휘관이나 귀족 직속 기사가 가장 좋은 부분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 자신의 욕심을 우선시하는 병사나 징발된 농민들이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강제로 끌려온 백성들이 전의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돈이 많이 드는 싸움법입니다만"
"저울의 한쪽에는 병사의 목숨과 시간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돈이 있어.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는 당연하지?"
요새가 반나절도 안 되어 함락되었다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게다가 중도에 공격에 실패하면 적군 지휘관이 존경과 신뢰를 모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첫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선순위를 매긴 결과다.
"돈은 나중에 어떻게든 되지만, 목숨은 어떻게 할 수 없어. 백성과 병사들의 목숨이 더 중요해."
"그렇군요."
베르너로서는 당연한 발상이었지만, 중세풍의 이 세계에서는 그 사고방식이 흔치 않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제압이 완료된 요새의 중앙에 불타는 물건과 연기가 나는 물건을 모아 불을 지피게 하였다.
해 질 녘이 되어가는 가운데, 바인 왕국과 콜트레치스 후작령에 세워진 요새 중 하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함락을 알리는 증거로서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