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27(●)――(1)
    2023년 09월 26일 21시 42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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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인 왕국에게 운이 좋았던 것은, 국토의 넓이가 전장을 분단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피노이 공방전은 국토의 북쪽에서 일어났으며, 안하임을 포함한 크나프 후작령은 남서쪽, 그리고 콜트레치스 후작령은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만약 같은 지역에서 여러 차례 전투가 벌어졌다면 지역이 피폐해지는 바람에 보급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베르너는 그런 생각을 하며 투석기의 준비를 확인했다. 절반 정도 조립된 것을 확인하고 맨 앞줄에 있는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바르케이의 지휘하에 있는 기사들과 시종들이 일제히 메가폰 같은 것을 입에 가져다 댔다.

     이윽고 그들은 일제히 전방의 요새로 향하더니, 원고대로의 선언을 요새까지 전달하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콜트레치스 측 요새의 안에는 기사와 시종, 그리고 소집된 농민들이 형식적인 무장을 하고 요새 벽에 돌을 쌓아둔 채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동안 막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따라, 이 요새를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 소집된 것이다.



     중세의 평민이라고 하면 착취와 약탈의 대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전국시대에 종종 평민들의 무장봉기나 무력저항으로 군대의 침략이 중단되거나 철수한 사례가 있듯이,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패잔병의 잔당이 평민들에게 약탈당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심지어는 약탈에 열중하던 용병대장이나 귀족이 오히려 평민에게 붙잡혀 몸값을 지불해야 했던 경우도 있다.



     다만, 그 대부분은 자신의 마을이나 마을을 지키기 위한 경우였다. 강제로 끌려와서 귀족을 위한 방어전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의가 높아질 리가 없다.

     이런 경우, 참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마을에서 몇 명을 참여시켜라, 부족하면 마을 전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제로 징집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전의(戰意)의 관점에서 보면 높을 리가 없는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에 내일이면 전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전장의 공기에 취한 듯한 묘한 고양감이 뒤섞여 일종의 기묘한 공기가 요새 안에 넘쳐나고 있다.



     "괘, 괜찮겠지?"

     "위급할 때는 항복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괜찮지 않겠어?"



     고양감을 베르너의 이해의 범주로 표현한다면 조적 방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활기차게 행동하는 것으로 불안에서 눈을 돌리려는 심리다.

     상대가 왕국이라고 하는 영주님보다 높은 존재라는 것, 마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것에서 눈을 돌리려는 심리가, 병사들을 묘하게 밝게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 묘한 활기 속에서 요새 밖에 있는 공격군에서 일제히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바인 왕국군 체아펠트 부대다]



      동요가 주변에 흐른다. 베르너 반 체아펠트 자작의 이름은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을 중심으로 각지의 마을까지, 콜트레치스 후작령에도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체아펠트 ......라면 체아펠트 자작을 말하는 거지?"

     "마장와 싸워서 이겼다는 귀족인가."

     "용사님도 인정할 정도로 강하다고 들었어."

     "대단한 거구라서 말을 날려버릴 수 있다던데 ......"



     소문이라는 것은 부풀어 오르는 법이다. 더군다나 퍼뜨리려는 측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다만 본인이 들으면 누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듣자 하니 용사님의 여동생과 약혼했다고 하던데?"

     "그거 나도 들었어. 일부러 왕한테도 직접 인정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라."

     "마군에게는 무자비하지만 평민에게는 자상한 분이라고 했었지?"



     [왕태자 전하의 명령도 있다.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요새에서 나온 자는 공격하지 않는다! 무사히 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한다!]



     술렁거리며 동요가 커진다. 마왕 토벌에 나서는 용사는 평민들의 희망의 별이다. 그 용사의 관계자가 직접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요를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현재는 마군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용사의 존재를 연상하면서, 마왕이 있는데 왜 전쟁을 해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애초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 귀족령의 평민들 입장에서 직접적인 윗사람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영지의 귀족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과 정신적인 존경과 기대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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