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0(●)――(1)2023년 09월 27일 21시 34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다음날 이른 아침. 팔리츠 기병은 오늘 도착할 보급품을 다시 습격하기 위해 야영지를 떠나고 있었다.
어제와 병사들을 배치하는 장소를 바꾼 것은, 쿠뉴벨 백작이 평범하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숲 속 야영지에서 평지로 나오는 장소를 바꾸지 않은 것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애초에 물자를 운반하는 바인 왕국군을 습격하기 위해서는 길가에 병사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숨어있어도 한계가 있던 것은 분명하다.
"오늘이야말로 오겠지."
"마을에서 아침부터 상당한 양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니, 틀림없을 것이오."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상대에게 쿠뉴벨 백작이 그렇게 대답했지만, 목소리에서 어딘지 모르게 긴장감이 사라졌다.
물론 팔리츠 기병도 체아펠트 자작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복통을 일으킬 정도로 컨디션 조절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어제 사이에 군대 전체에 퍼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작 백작조차도 어딘가에 그런 의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으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장수의 기척이라는 것은 예민하게 퍼져나가는 법이다.
백작이 대답한 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고나 해야 할까 바인 왕국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햇볕을 쬐면서 기다리다가 태양이 정점을 지나고, 오늘도 혹시 안 오나 의심할 시간이 되자 바인 왕국군의 짐수레 행렬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기승 준비."
상대편에는 기사가 거의 없는 듯 보였고, 걸음걸이가 느렸다. 이를 간파한 쿠뉴벨 백작은 서서히 우회하여 바인 왕국군의 측면을 뚫어 앞뒤로 갈라놓는 것을 노렸다. 전술적으로는 틀리지 않았다.
"이쪽이 바람을 맞도록 섰으니, 적들이 우리 군을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 최대한 접근하라. 하지만 적군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짐을 빼앗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주변 기사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쿠뉴벨 백작은 말에 타라는 지시를 내렸다. 크게 돌아서 가도와 평행한 형태로 바인 왕국 군의 측면으로 돌았다. 바람을 받는 쪽에 있음에 만족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말의 목을 한 번 두드려서 진정시켰다.
"돌격!"
나팔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고 백작이 달려나가자, 동시에 수백 마리의 말발굽이 땅을 두드리며 바인 왕국군의 대열을 공격하기 위해 일제히 달려 나갔다. 말들이 발로 차는 흙냄새와 기사들의 땀냄새가 바람에 실려 더욱 후방으로 흘러간다.
만약 백작이 침착했다면 수많은 짐수레를 사람이 끌고 있으며, 아무리 그래도 말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또한 바인 왕국 군대에 가까워질수록 은은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도 눈치챘을 것이다. 화물이 자루가 아닌 상자나 통처럼 보이는 것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의 숲 속 야영과 어제의 고단함이, 오늘의 냉정함을 마모시키고 있었다.
나팔 소리와 팔리츠 기병을 알아차린 바인 왕국군 병사들은 제각기 짐수레에 올라탔다. 그리고 화물로서 싣고 있던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목욕통에 덮여 있던 천을 걷어내었다.
그리고는 주저하지 않고 팔리츠 기병이 달려오는 쪽으로 달려가더니, 모든 수레에 실려 있던 큰 통을 힘껏 밀어서 수레에서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내용물이 노면에 화려하게 퍼지자, 거기서 퍼진 김이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이를 확인한 바인 왕국 병사들이 짐수레에서 뛰어내리더니 일제히 팔리츠 기병의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다음 순간, 팔리츠 측 기사들이 일제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모든 말들이 통제력을 잃은 채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이 아닌 땅에 뿌려진 물건에 달려든 말들이 일제히 고개를 땅에 대고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것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땅을 바라보던 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 코, 콩?"
말이라는 생명체는 많은 양의 식량을 필요로 한다. 팔리츠에서 가져온 사료의 양만으로는 장기적인 군사 행동이 불가능하다. 거기다 콜트레치스 영내의 건초는 부족하기 일쑤였다. 애초에 말들은 배가 고팠던 것이다.728x90'판타지 > 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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