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6――(1)
    2023년 09월 28일 23시 02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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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은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왕국군을 섬멸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전하의 호위 기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트리오트 왕국을 멸망시키고 바인 왕국의 왕도를 습격하려는 마군이 이런 지방령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밖에 없을 것이다. 바인 왕국군의 주력을 한 곳에 모아 섬멸하기 위한 무대로서 콜트스가 선택된 것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상회에 주문한 물품을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



     숯도 대량으로 주문한 것 같고, 보리를 주문할때 짚과 곡식 껍질까지 통째로 구입한 것도 그렇고,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수많은 협죽도다.

     이 식물은 전생에서도 정원수나 가로수로 흔하게 심어졌지만, 사실 잎, 가지, 꽃, 열매, 뿌리 모두에 독이 있다. 주성분은 청산가리보다 더 강력한 독이며, 부식토로 만들어도 독성이 강해 한동안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 녀석의 위험성은 생나무를 태운 연기에도 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을의 요충지에서 생나무를 태우면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마을 안, 성문 근처에서 대량으로 태우면 성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아마도 나는 실물을 본들 다른 나무와 구별을 못할 것 같다. 만약 라마즈 씨가 실물을 가져와서 이것을 납품하고 있다고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곤란했을 것이다.

     이름을 설명해준 덕분에, 이 나무의 가지를 젓가락으로 사용해 식중독을 일으킨 사례나 이 나무로 바비큐를 해 먹은 사람이 사망한 사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이 나무를 이용한 살인사건의 기록도 있다고 한다.



     "즉, 마을 곳곳에 자연적으로 심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로수가 함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만이 아닌 연기로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과, 또 하나 잊고 있었던 것은 이 세상에서 유황 광맥을 발견한 적이 없어서 무심코 지나쳤지만, 대륙에서 유일하게 마왕성 근처에는 화산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마왕도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온 전이자 혹은 환생자라면, 화약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세계에서는 전생의 중세와 마찬가지로 농업과 함께 방목도 주요 산업이다. 어느 마을에나 축사가 있고, 그 바닥에는 다량의 질산염이 숨겨져 있다. 

     이 위험성은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화약에 대한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불이 잘 타오르게 하는 '불의 약'라는 표현으로 설명해야겠다.



     "불의 기세를 강화하는 약이 마군의 손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화약은 고대 왕국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료를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잊혀진 것입니다. 마왕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계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군."



     아니, 어쩌면 고대 왕국 시대에도 화약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요. 거짓말도 방편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인다.



     이 세계에서는 전투원인 기사가 상대라도 포획을 목적으로 싸운다. 약탈이라면 그래도 고려의 범주에 들 수 있겠지만, 이 세계에서 마을 주민들까지 끌어들여 대량 학살하는 작전은 상상 밖에 있을 것이다.

     왜 이곳이었는지는 일단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쩌면 이용 가능한 야심가가 콜트레지스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꾸로 말하면 누구였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군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

     "아마도......."



     힌델만 제2기사단 단장의 의문에 입을 열기는 했지만, 대답하기가 좀 곤란하다. 아니,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단순하다고 하면 단순할 수밖에 없겠지만.



     "마왕은 넌더리가 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넌더리?"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다른 표현은 할 수 없다.



     "애초에 마왕이라는 존재가 왜 마왕성에서 나오지 않는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만..."



     아니 정말. 게임에서 엑스트라 병사 따위는 마왕의 부하들에게 한 방에 사라져 버리면 끝이니까, 마왕이 최전선에 나오면 보통 끝날 텐데, 어째선지 마왕은 내몰릴 때까지 마왕성에서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처음은 그렇다 치고, 사천왕이 절반 정도 쓰러지면 스스로 용사를 쓰러뜨리러 나와도 괜찮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유를 들어보면, 선대 용사(라이제강) 시절에 마왕이 호된 꼴을 보고서 경계하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아마도 선대 용사 파티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선대 용사님들이 마왕을 해쳤을 테지만, 다른 인간들도 용감하게 싸웠겠지요. 마왕은 고대 왕국을 멸망시킨 후, 단결한 인간들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납득할 만한 가설이군."

     "또 하나, 마왕은 전쟁을 잘 못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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