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2)
    2023년 09월 28일 22시 17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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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라마즈 상회는 콜트레치스 대공 전하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전하께서도 경들의 판단과 결단에 기뻐하실 거다. 전해 두도록 하지."



     전하기만 하는 것은 공짜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지에서의 보급도 중요하다. 보급품이 부족하면 약탈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 콜트레치스 후작령은 왕실의 직할령이다. 주민들을 약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중세시대 군대와 약탈은 거의 불가분의 관계로, 대체로 약탈의 기록과 한 세트로 묶여 있다. 약탈 기행(카발카타)라는 단어까지 존재할 정도다. 벌집이 든 상자나 짚단, 깨진 그릇까지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록이 있는 반면, 간혹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동로마의 명장 플라비우스 벨리사리우스의 기병들은 '숲의 나무에 맺힌 열매조차 만질 권리가 없었다'고 전해져 점령지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하며, 노르만의 정복왕 윌리엄의 지배지에서는 '밭의 곡식은 누구의 손도 닿지 않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일부러 기록으로 남긴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현재, 바인 왕국군도 그 예외에 속하는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필수적인 사항이다.



     "식료품, 특히 채소류 등을 적정한 가격에 납품해준다면 전하께서도 기뻐하실 거라 생각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라마즈 씨가 인사를 건네었다. 다른 상회를 설득해서 납품하게 하는 형태로라도 약속은 이행할 테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고 보니, 전 콜트레치스 후작령의 콜트스에 대해 뭔가 들은 것은 없나?"

     "글쎄요 ...... 반란군의 차남인 다피트 경이 신탁의 여사제님과 밀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들은 적은 있습니다."

     "......"



     내 안에서 경계 정보를 알리는 신호가 급상승했다. 보통은 그런 흉흉한 소문은 사실이라 해도 극비리에 처리할 것이다. 그게 상회장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마을 사람까지 알고 있다니? 아무리 그래도 정보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우리를 방심하게 하려는 것일까? 그 의도는 있겠지만, 그것뿐일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반란군의 영지에서는 신전도 어수선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신전을 통한 의뢰도 이상한 것들이 많았지요."

     "이상한 일?"

     "농성을 위해 식량을 구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라마즈 씨의 이야기를 듣고, 가끔씩 느꼈던 위화감의 조각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져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니. 실수로 놓치고 있었다. 그대로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서, 겉으로는 침착하게 라마즈 씨를 돌려보낸 후 곧바로 노이라트에게 말을 건넸다.



     "노이라트, 미안하지만 영주관에 당장 사자를 보내줘. 제3마굿간장으로서 보고할 일이 있다고."

     "알겠습니다."



     마굿간장이라는 직책에는 직권으로 만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그냥 만나고 싶다 해도 만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미리 연락을 취해 두자. 나 같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설명의 순서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영주관에 있을 전하에게로 향했다.

     내가 있는 숙소에서 영주관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버릇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생각에 잠겨 걷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무례하게 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치자.



     "체아펠트 자작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라."



     문 밖에 있는 경비병을 통해 허락을 받고 입장했다. 경호 기사 외에 제1기사단 필스마이어 단장과 제2기사단 힌델만 단장도 있다. 뭔가 회의 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마침 잘 되었다.



     "수고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지만, 적의 계획을 예상하였습니다."

     "홍."



     두 기사단장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주고받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상황을 이해해 주면 되니까.



     "경의 생각을 들어 볼까?"

     "아마도 콜트스 근교에서의 야전이 될 것 같습니다."

     "호오, 공격해 온다는 말인가?"

     "어디에서도 원군이 오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기사단장들은, 이해는 가지만 이 정도 병력 차이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콜트레치스 측은 일발 역전을 노리고 야전을 벌여 왕세자 전하의 목숨을 노리는 모습을 보이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병력적으로나 지휘관 측면에서나 콜트레치스 측이 이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마 지휘관은 콜트레치스의 차남인 다핏 경이 될 것 같습니다만."

     "흠."



     왕세자 전하가 깍지 낀 손에 턱을 괴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입을 연 것은 필스마이어 단장이었다.



     "그럼 그걸로 상관없겠지, 쳐들어온 적을 물리치고 마을로 들어가면 되지 않겠나?"

     "적도 그걸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삼자삼색의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한숨을 쉬고서, 나는 결론을 말했다.



     "적의 흑막이 마군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적의 목적은 왕세자 전하를 포함한 바인 왕국군을 콜트스 마을 안으로 끌어들여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버리려는 것입니다. 콜트레치즈 후작 가문은 이를 위한 미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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