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1)
    2023년 09월 28일 22시 16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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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가 끝난 후, 일단 마을을 나와 겟케 씨를 데리고 왕세자 전하를 만나게 하고서 겟케 씨가 칭찬과 보상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넷째 왕자의 포획에 대한 보상이다.

     사실상 이 몸값을 바인 왕국 측이 받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지만, 팔리츠의 입장에서는 바인 왕국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왕자나 기사단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불만이 없을 것이다.

     붙잡힌 바보 왕자는 저쪽 나라에서 평판이 떨어질 테지만, 그런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몸값은 아깝게 되었네요."

     "그 대신 바인 왕국과 팔리츠의 외교 관계는 유지되겠지. 바인 왕국 측에 원군을 보낸 거라면, 국경을 넘어 병사를 침투시킨 것이 아니게 되니까."



     그래도 체아펠트 부대에 지급할 보수는 별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나로서는 기사들에게 지급할 보상금만 있으면 문제없어.

     게다가 팔리츠 측의 문제는 왕자만 있는 게 아니다. 백작과 수백 명의 기사들의 몸값과 그 말의 보상금, 그리고 국경 침범에 대한 배상금까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팔리츠의 왕이 자국의 국고를 보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팔리츠도 마군에게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덤으로 팔리츠의 외교적 명성도 지킬 수 있다. 만약 자국의 기사단이 콩과 쇠공에게 졌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 군사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어 주변국과의 균형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이 세계 역사에서도 예외적인 결과가 되어버린 것은 인정한다.



     "팔리츠의 쿠뉴벨 백작이나 기사들도, 요새 하나라도 함락시킨다면 나라에 돌아가서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겠어?"

     "그건 확실히 그렇겠지요."



     노이라트가 뜻밖의 표정으로 입을 열자, 슌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세상인 만큼,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바인 왕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체면을 위해 무훈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넷째 왕자가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포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니, 바인 왕국 측을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바인 왕국 측의 사정도 있긴 하지만."

     "......또 있습니까?"



     슌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기에 가볍게 설명해 주었다.



     "우선 왕태자 전하가 '콜트레치스 대공'이 되었다는 사실을 영내에 알릴 필요가 있다. 이틀간의 휴식은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팔리츠 군이라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광고판도 도움이 되겠지."

     "예."

     "그리고 적의 전의를 가늠할 수도 있거든. 콜트레치스 후작 측의 요새가 팔리츠의 깃발을 든 군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격이 가능하다면, 전의는 여전히 높을 거야."

     "그렇군요."



     적의 전의는 작전상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숫자가 많아도 의욕이 없는 군대는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 원래도 콜트레치스 후작 쪽이 수가 적긴 하지만, 그 전의를 확인하는 것은 헛수고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바인 왕국군은 군대를 쉬게 하면서 상대의 전의를 가늠할 수 있으니 이점이 작지 않다. 팔리츠 군에게 다소 동정심을 금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해보라지.



     다만, 왕태자 전하께선 그 외에도 다른 생각이나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우리 바인 왕국과 팔리츠의 문제를 모두 알지 못하니, 그들을 활약시켜 명예를 지키게 하거나 이용해서 뭔가 외교적으로 다툼이 있는 부분을 바인 왕국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정리한다든가 하는 게 있겠지. 그 부분은 맡겨둘 수밖에 없다, 아니 내가 참견할 필요도 없다.



     "베르너 님, 뵙고 싶다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만"

     "누군데?"



     그런 이야기를 노이라트 일행과 나누고 있을 때 밖에 있던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하찮은 손님이라면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이름을 듣고는 역시나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냥 돌려보내기는 아깝다.



     "그래, 1층에서 만나자."

     "옙."



     숙소를 전세 냈기 때문에 회의실 같은 건 없지만, 다른 손님이 없는 상황이라서 1층 식당에 기사들을 들여보내는 식으로 안전을 확보하면 될 것 같다. 그 기사에게 준비를 마치도록 지시한 후, 노이라트와 슌첼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어이, 노이라트, 글쓰는 업무에서 해방되었다는 듯한 표정 짓지 말라고.



     



     "분명 라마즈 상회의 상회장이었지. 어젯밤에는 소란을 피워 미안했다."

     "저는 마리오 라마즈라고 합니다. 자작 각하의 배려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얼마 전 참견했었던 바트 라마즈 씨의 아버지인 라마즈 상회의 상회장이 면담 희망자다. 표정은 밝지만, 어젯밤의 일로 속으로는 다소 복잡한 심경일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으론 좋든 싫든 전례대신의 일가와 친분을 쌓은 것을 이용하려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사실 한 마을에서 상회장을 하고 있을 정도니 무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제의 오늘로 나에게 면담을 요청한다는 것을 보면 대충 요구사항은 짐작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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