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4)2023-09-30 00:01:29마젤은 왕도의 학교를 다니기 전, 그 아레아 마을에서 살았다. 사회에 대한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전생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니까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겠지만. 그런 마젤 입장에서는, 아직 마왕을 쓰러뜨리지도 않았는데 싸움을 시작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무엇을 위해 마왕과 싸우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긴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학생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는 해." 그 나이에 옛날을 그리워하는 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 정도로 많은 것을 보아왔을지도 모르지만. "뭐, 적어도 같은 적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응, 뭐랄까........"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마, 마젤...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3)2023-09-29 23:59:07밖에서 슌첼에게 간단한 지시를 남기고는, 호위 기사를 데리고 그대로 걷기 시작한다. 곳곳의 가옥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둡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 어둠에 익숙해진 것은 전장에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일까. 북쪽 성벽에 다다르자 예상대로 노이라트가 계단 아래에서 경계하는 듯 서 있다. 내가 다가가자 놀라더니 다가온다. "베르너 님, 어떻게 여기를 아셨습니까?" "뭐, 저 녀석이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해 본 것뿐이다." 마젤이 길을 알고 있는 곳은 마을에 들어왔던 이 북문일 테고, 가족이 있는 왕도도, 고향인 아레아 마을 또한 북방에 있다. 그러면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다면 성벽 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북쪽 성벽 위에 감시병도 두지 않았고..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2)2023-09-29 23:57:34나한테 떠넘기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쪽도 있구나. 그건 확실히 내가 하지 않으면 복잡한 일이 될 것 같다. 잊고 있었던 나도 배려가 부족했다. 그리고 아마 마젤은 용사인 자신이 멤버들을 동요시키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바보 녀석. 아니, 그보다 메인이 되는 고민은 대체 어느 쪽일까? 어쩔 수 없지, 용사 파티가 나를 믿어줬다고 생각해두자. 그에 대응해 두는 편이 좋을 것임은 분명하다. 마왕의 능력 중 하나가 생각의 유도라는 가설이 맞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페리,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어" "응." 여전히 대답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는 반응이다. 아무튼 부탁을 하자, 페리는 가볍게 '옛썰~'이라는 반응으로 수락해 주었다. 그대로 방을 나가려다 문 ..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1)2023-09-29 23:56:08마왕성의 미궁은 환각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더니 역시나 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마왕이 생각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애초에 마왕과 마족들이 미궁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고 설명하자 납득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일단 왕족의 조상인 율리아네의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다만, 상대방의 속임수를 알아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파괴하면서 똑바로 가면 되지 않겠나?" "천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내가 말을 중간까지 하자, 우베 할아버지가 엄청난 발언을 하여 무심코 말문을 열었다. 이 할아버지라면 정말 할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런 조금은 우려를 하고 있자, 의외로 에리히가 동의했다. "자작의 상상이 사실이라면, 설령 그곳이 문이라고 해도 돌벽에 닿은 것 같은..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5)2023-09-29 22:12:46또 한 가지 문제는, 그 직후 레페가 리리를 납치한 사건과 그 직후의 왕도 습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 잊고 있었지만, 그때 의심을 품었던 것은 확실하다. 레페가 가져온 책이 너무 화려하게 제본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대 왕국의 멸망, 마왕과의 싸움, 선대 용사의 행방불명, 그 후의 전란 속에서 그렇게 멋진 책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쓰인 지 200년이 지난 책과 400년이 지난 책을 구분할 수 없다. 그건 분명 오래된 책이었지만, 마왕의 시대에서 어느 정도 시대가 지나고 나서 쓰인 책이 아니었을까. 쓰였을 때는 이미 정보 자체가 잘못 전해졌을 수도 있다. 리리가 발견한 책에 따르면 고대 왕국 시대 어느 시기까지는 다신교였는데, 지금은 일신교가 되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서고를 조사하..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4)2023-09-29 22:12:06왜 지금의 의문을 느꼈는지에 대한 가설을 다시 한 번 세워본다. 잊고 있었는데, 게임에서 한 번 마왕은 이벤트에서 용사 플레이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그때는 뭔가 대단한 대사를 한 마디 하고 사라지고, 실제로는 이벤트 보스인 드래곤과 싸우게 되지만, 그건 뭐 상관없다. 워프 계열의 마법, 또는 스카이워크는 기본적으로 마을 밖으로 이동한다. 직접 마을이나 마을 안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거기에 이유를 붙이자면, 구리나 독초를 독 제거 마법으로 없앨 수 없는 것처럼, 마법이라는 것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이 세계관의 세세한 규칙이 우선시된 결과일 것이다. 예를 들어 건축물 안에서는 출현할 수 없다든지. 담이나 벽으로 둘러싸인 범위가 모두 건축물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면 일단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3)2023-09-29 22:10:39일단 마젤과 라우라에게 앉게 하고 간단한 음료수 등을 내오게 하여 한숨 돌리게 했다.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얼굴을 숨기고 와줘서 고맙다. 게임에서는 용사님이 걷고 있다며 소란을 피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참고로 제2왕녀 역시 한 명의 모험가로 취급해 달라고 해서 주저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서 왕족 취급을 하면, 게임의 성격대로라면 아마 화는 안 내겠지만 짜증을 낼 것이다. 그건 그거대로 매우 성가시니 마젤의 친구 정도로만 취급하기로 했다. "일부러 이런곳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젤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묘하게 기운이 없네. 일단 눈치채지 못한 척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그래서, 무슨 일인데?" "실은 곤란한..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2)2023-09-29 22:09:17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한 번은 콜트스에서 출격해 온 적과 가벼운 전투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적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자, 반대로 왕국군 쪽에서 일부러 요새를 버리고 한 번 후퇴를 했기 때문에 콜트레치스 쪽에서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약간의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요새를 탈환해야 한다며 기세등등한 콜트스의 둘째 아들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상대의 기사단장이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확인했더니, 적군 측에서 '왕태자 전하'와 내통하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런 녀석은 꼭 나오기 마련이니까. 그러고 보니 전략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어서 방치하고 있었는데, 적군의 방어선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요새도 얼마 전 항복했다. 이런..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1)2023-09-29 22:07:49이 중세풍의 세계에서는, 도시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전생에 일본인인 내가 가진 도시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안하임이 그랬던 것처럼 아주 좁은 범위에서도 도시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부분은 전생의 중세 유럽의 도시 상황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중세 유럽이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범위는 너무 넓어서, 대략 1600년경 독일, 아니 신성로마제국을 예로 들면, 당시 마을이라고 불렸던 곳은 3000곳을 꼽을 수 있는데, 그중 2800곳은 인구가 1000명도 안 된다. 그중에는 인구가 5천 명도 안 되는 도시도 있다. 전생인 헤이세이부터 레이와 시대의 일본으로 따지면 촌락이라 부를 규모다. 대도시라고 불리던 프랑크푸르트의 인구는 대략 3만 명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는 부르봉 왕조가 왕권 강..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7――(2)2023-09-28 23:47:21만약 흑막인 마녀가 그걸 이상하게 생각했다면, 이번 내전에서 콜트레치스 후작 측이 마젤과 리리의 신병을 내놓으라는 식의 이상한 조건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약혼남 후보에 대한 소문, 묘하게 함정인 것 같은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거기까지 노린 건 아니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 전하가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경은 안하임 때와 마찬가지로 경의 신변 자체가 미끼가 된다는 말인가." "예." 매우 꺼림칙하지만 아마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콜트레치스의 마녀를 쓰러뜨리려면 그게 최선인 것 같다. 그 결투 재판, 적들의 의도대로 진행되어 마젤이 피고인이 되어 움직일 수 없어 라우라가 단독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누군..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7――(1)2023-09-28 23:45:56"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엔 마군도 2단계의 계책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2단의 계책?" "예, 그렇습니다. 적도 우리가 스카이워크를 사용하고 있음을 이미 눈치챘을 테니까요." "그렇군." 왕태자 전하가 그런 판단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불타는 콜트스에서 수뇌부만 스카이워크로 탈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적들은 대어를 놓치게 된다. 이제는 저쪽도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책 정도는 생각해 놓았을 것이다. "또 하나는 마군 측도 이제 슬슬 진짜로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물폭주 때의 실패 정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피노이 공방전 이후 왕도 내에 잠입해 있던 마족도 괴멸되었고, 바람의 사천왕의 왕..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6――(2)2023-09-28 23:03:34중국의 항우나 여포처럼 장군 개개인이 너무 강한 군대는 작전 같은 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마왕은 확실히 강하다. 그건 확실하지만, 강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돌격하는 단순한 전투 방식만 해왔으니 당시에 피노이 성채를 공략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의 은총이나 기적이 아니라 상대가 멍청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길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것이 그때 레페가 읽어주었던, 여기저기 생략된 듯 보이는 성전의 기록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현재, 초대 용사 시절부터 수백 년 동안 인간들 간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조금은 계략을 세우게 되었지만, 그것도 사실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부하 마족들이지 마왕 본인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주 아이러니한 표현으로 말하..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6――(1)2023-09-28 23:02:56적은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왕국군을 섬멸할 생각이라고 말하자, 전하의 호위 기사들을 포함해 모두가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트리오트 왕국을 멸망시키고 바인 왕국의 왕도를 습격하려는 마군이 이런 지방령에서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밖에 없을 것이다. 바인 왕국군의 주력을 한 곳에 모아 섬멸하기 위한 무대로서 콜트스가 선택된 것뿐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상회에 주문한 물품을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 숯도 대량으로 주문한 것 같고, 보리를 주문할때 짚과 곡식 껍질까지 통째로 구입한 것도 그렇고,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수많은 협죽도다. 이 식물은 전생에서도 정원수나 가로수로 흔하게 심어졌지만, 사실 잎, 가지, 꽃, 열매, 뿌리 모두에 독이 있다. 주성..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2)2023-09-28 22:17:25"저희 라마즈 상회는 콜트레치스 대공 전하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전하께서도 경들의 판단과 결단에 기뻐하실 거다. 전해 두도록 하지." 전하기만 하는 것은 공짜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지에서의 보급도 중요하다. 보급품이 부족하면 약탈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 콜트레치스 후작령은 왕실의 직할령이다. 주민들을 약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중세시대 군대와 약탈은 거의 불가분의 관계로, 대체로 약탈의 기록과 한 세트로 묶여 있다. 약탈 기행(카발카타)라는 단어까지 존재할 정도다. 벌집이 든 상자나 짚단, 깨진 그릇까지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록이 있는 반면, 간혹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동로마의 명장 플라비우스 벨리사리우스의 기병들은 '숲의 나무에 맺힌 열매조차 만..
- [ 판타지/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5――(1)2023-09-28 22:16:55회의가 끝난 후, 일단 마을을 나와 겟케 씨를 데리고 왕세자 전하를 만나게 하고서 겟케 씨가 칭찬과 보상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넷째 왕자의 포획에 대한 보상이다. 사실상 이 몸값을 바인 왕국 측이 받는 일은 없어지게 되었지만, 팔리츠의 입장에서는 바인 왕국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왕자나 기사단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불만이 없을 것이다. 붙잡힌 바보 왕자는 저쪽 나라에서 평판이 떨어질 테지만, 그런 것까지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몸값은 아깝게 되었네요." "그 대신 바인 왕국과 팔리츠의 외교 관계는 유지되겠지. 바인 왕국 측에 원군을 보낸 거라면, 국경을 넘어 병사를 침투시킨 것이 아니게 되니까." 그래도 체아펠트 부대에 지급할 보수는 별도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나로서는 기사들에게 지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