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슌첼에게 간단한 지시를 남기고는, 호위 기사를 데리고 그대로 걷기 시작한다. 곳곳의 가옥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둡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 어둠에 익숙해진 것은 전장에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일까.
북쪽 성벽에 다다르자 예상대로 노이라트가 계단 아래에서 경계하는 듯 서 있다. 내가 다가가자 놀라더니 다가온다.
"베르너 님, 어떻게 여기를 아셨습니까?"
"뭐, 저 녀석이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해 본 것뿐이다."
마젤이 길을 알고 있는 곳은 마을에 들어왔던 이 북문일 테고, 가족이 있는 왕도도, 고향인 아레아 마을 또한 북방에 있다. 그러면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다면 성벽 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북쪽 성벽 위에 감시병도 두지 않았고, 순찰도 오지 말라고 맥스를 통해 미리 준비해 두었다. 여기서 노이라트가 기다린다는 것은 혼자 올라가고 싶었다는 뜻인가 보다.
"좋아, 위는 나만 올라가면 돼. 나중에 용사 일행이 오면 올려보내도 좋지만, 그 외의 사람은 올려 보내지 말아 줘."
"알겠습니다."
램프를 호위 기사에게 맡기고, 가져온 와인병을 받아 마개를 따고서 나 혼자만 계단을 올라간다. 발밑을 조심하면서.
밤에도 달빛이 비치는 성벽 위는 마을 안과 달리 의외로 밝지만, 이것은 이 세계라서 그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생에서는 달빛 아래서만 생활해 본 적이 없어서.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 조금 걸어서, 목적의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여어, 마젤"
"베르너?"
사람이 없어서 방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귓가에서 큰 소리로 들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마젤만큼 예리한 녀석이 내가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걸 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을지도 몰라. 늦어버리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고 해둘까.
일단 와인을 한 나발 불고서, 놀라는 마젤에게 병을 내밀었다.
"뭐, 모처럼이니까 일단 마시자. 독의 검사는 끝냈어."
"독 같은 건 생각도 안 했다니까."
마젤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씩씩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은 조심스럽게 마시는 것 같다. 한 모금 마신 마젤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야 너,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신경이 쓰이니깐."
"...... 얼굴에 드러났어?"
"오히려 숨긴 줄로 알고 있던 모양이라서 놀라운데."
익숙하지 않은 짓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마젤 녀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 그래로 와인 병을 돌리자, 그것을 받으면서 입을 연다.
"그런데 마젤. 진지한 이야기와 중요한 이야기, 어느 쪽부터 할까?"
"...... 진지한 쪽."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렇게 대답이 돌아왔다. 알았다고 가볍게 대답한 후 외벽에 기대어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목소리를 낸다.
"마왕의 토벌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람과 사람이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그야 불안하겠지."
"눈치챘구나."
"너는 성실하니까."
게임이라면 인간들은 단결해서 마왕과 싸우고, [나쁜 마왕은 멸망하고 세상은 평화로워졌어요. 참 잘했어요]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사실 마젤도 그런 결말을 믿는 듯한 낌새가 있다.
사실 이런 낙관적 사고는 일부 인간들이 갖게 되는 것이다. 전생에서도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나 구 소련이 무너졌을 때도 '이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온다'고 말하거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듯한 인물은 국가 지도자급에서도 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