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5)
    2023년 09월 30일 00시 02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런 점에서 나는 살인자라고 욕을 먹을지언정 손가락질만은 당하지 않도록 살아왔고, 나보다는 마젤이 더 올바른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그러니 그 부분으로 시선을 돌려주면 된다.



     다소 생각을 유도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설령 그렇게 평범하게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고 해서, 악인이나 야심가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건설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마왕에게 고통받는 사람, 마물에게 육친을 잃은 사람을 마젤은 그 눈으로 보아왔을 것이다. 나는 마젤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굳센 심지도 믿고 있다. 그러니 분명 이 녀석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그래. 어려운 건 나중에 생각하면 돼. 지금은 마물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했어."

     "그런 거야. 그리고 전에 말했지? 귀찮은 일은 내 몫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와인 병을 건네주자, 이번에는 기세 좋게 마셔댔다. 체할까 싶었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는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고마워, 베르너."

     "그래, 고민이 하나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병을 내밀어 달라고 손짓하여, 받은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신다. 아직 조금 더 남았네. 내가 병에서 입을 떼자 마젤이 왠지 모르게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왠지 베르너한테는 정말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래. 인생 상담 같은 건 시키지 말라고."



     그렇게 일부러 가볍게 대답하자 마젤이 쓴웃음을 지었다. 말투나 표정을 보니 평상심을 많이 되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이번엔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인데~"

     "뭐, 조만간 한꺼번에 받게 될 거야. 기대한다고, 형님."



     가볍게 그렇게 말하자, 마젤은 눈앞에서 손뼉을 친 고양이처럼 굳었다.

     잠시 얼굴을 맞대고 있다가, 두 사람이 동시에 빵 터졌다. 그대로 한동안 둘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말하는 나조차도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우와, 베르너에게 '형님'라는 말을 들으니 너무 이상해."

     "신경 쓰지 마, 나도 그래"



     아직 두 사람 모두 미묘하게 볼이 일그러진 채라서 자칫 잘못하면 웃음이 재발할 것 같았지만, 겨우 진정한 후 이야기를 재개했다. 다른 사람의 기척을 확인한 후 마젤에게 병을 건네주었다.



     "사실 베르너가 더 나이가 많은 것 같아서."

     "너 같은 만능 동생이 있으면 내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



     어떤 과목이든 실기든 쉽게 1등을 하는 동생이 있으면 배가 아플 것 같다. 이번엔 내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는?"

     "아, 그거."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라우라의 일은 내가 민폐가 될 정도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일부러 그렇게 말하자 와인을 입에 물고 있던 마젤이 와인을 내뿜었다. 아, 이거 세이퍼트 장군이 이런 타이밍에 나한테 말했던 이유를 알겠어. 조금 재미있네.



     "콜록, 대체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그보다 너무 동요했다고, 너."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분명 이 부분도 마젤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일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주로 게임 속의 라우라지만, 확실히 라우라는 매력적이다. 약자에게 다정하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손을 내민다. 공주님인데도 장난기가 많으며 가식적이지 않고, 화를 낼 때는 정말로 화를 낸다. 스테레오 타입의 히로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는 현실이니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