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4)
    2023년 09월 30일 00시 01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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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젤은 왕도의 학교를 다니기 전, 그 아레아 마을에서 살았다. 사회에 대한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오히려 전생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나니까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겠지만.

     그런 마젤 입장에서는, 아직 마왕을 쓰러뜨리지도 않았는데 싸움을 시작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무엇을 위해 마왕과 싸우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긴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학생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는 해."



     그 나이에 옛날을 그리워하는 말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 정도로 많은 것을 보아왔을지도 모르지만.



     "뭐, 적어도 같은 적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응, 뭐랄까........"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마, 마젤."

     

     

     

      뭔가 말하려던 마젤의 말을 가로막는다. 생각의 미궁에 빠지면 매우 귀찮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삶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귀족인 내가 말하면 안 될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젤은 아레아 마을에서 아는 사람이 백 명도 안 되고, 가끔씩 순례자와 대화하는 정도였던 삶에서 갑자기 신탁에 의해 선택되어 왕도에서의 학원 생활을 조금 경험하고, 그 직후에 이번에는 용사님으로 추켜세우거나 이용하려는 녀석이 접근해 오는 상황. 특별한 경험이 떼거지로 몰려오고 있다.

     어딘가에서 엇나가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렇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마젤은 잘도 비뚤어지지 않았구나. 콧대가 높아지거나 자만하지 않는 점이 주인공이 주인공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학교 시절처럼 옆에서 싸우고 있지는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와 내게는 같은 사람들을 등지고 있을 거라고."

     "같은 사람들?"

     "예를 들어, 리리라든가."



     그렇게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니, 정말 그래.

     사실, 리리는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 외모를 떠나서 용사님의 여동생이라는 것만으로도 왕도에서는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용사의 매제이라는 명성만을 원해서 형식적으로 결혼만 하고, 그 후로는 아무리 놀고 있어도 불평하지 않을 귀족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리리는 내 곁에 있기 위해 필요하다며, 예의범절이나 취향 정도면 몰라도 춤과 승마 기술, 사교 화술, 저택을 관리하기 위한 인사, 재무의 노하우 같은 것을 말 그대로 하나부터 배우고 있다.

     적어도 학교를 다녔다면 기초적인 예절이라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리리에게는 그 기초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이 열심히, 원래 학교에서 몇 년에 걸쳐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이 짧은 시간에 배우고 있으니 숙연해진다.

     전에도 잠깐 생각했지만, 만약 게임처럼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다면 리리만 보아도 나의 대인관계의 운은 틀림없이 만땅일 것이다.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이 안심하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너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담벼락 위에서 밤의 도시를 바라보며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건 틀림없는 내 진심이다.



     마물이라는 생명을 잃게 하는 폭력, 때로는 가족까지 끌어들여 삶을 무너뜨리는 불합리한 권력, 그런 것들도 이 세상에는 넘쳐난다. 그래서 이쪽도 무예나 귀족으로서의 지위를 사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사용할 상대, 대상만은 선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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