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9――(1)
    2023년 09월 29일 23시 56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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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성의 미궁은 환각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더니 역시나 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마왕이 생각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애초에 마왕과 마족들이 미궁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고 설명하자 납득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일단 왕족의 조상인 율리아네의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다만, 상대방의 속임수를 알아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파괴하면서 똑바로 가면 되지 않겠나?"

     "천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내가 말을 중간까지 하자, 우베 할아버지가 엄청난 발언을 하여 무심코 말문을 열었다. 이 할아버지라면 정말 할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런 조금은 우려를 하고 있자, 의외로 에리히가 동의했다.



     "자작의 상상이 사실이라면, 설령 그곳이 문이라고 해도 돌벽에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정면 돌파라는 방법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야 낫겠지"

     "맞아."



     에리히에 이어 루겐츠와 페리까지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미궁 안은커녕 마왕성의 외관조차도 보지 못했지만, 대체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 아무리 잡졸이라고 해도 방심하면 큰 부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몬스터와 싸우면서 계속 돌아다니는 건 확실히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힘을 쓰면 상대방도 전력을 총동원한 총력전이 될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될 수도 없으니 일단은 침묵.

     유사시에는 믿을 수 있는 멤버들이니 현장의 판단을 맡기기로 하고, 마젤을 바라보자 여전히 약간 고개를 숙인 듯한 자세로 조용히 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보니, 마젤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던 라우라와 페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내 쪽을 바라본다. 마젤의 일이니 뭔가 혼자 끌어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런 모습을 보면 지난 며칠은 저랬을지도 모른다. 음........



     "그다음은 뭐, 아직 생각할 게 좀 있으니 오늘은 여기서 쉬다 가. 하루 이틀 정도면 주민들 눈도 피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할게요."



     시간을 벌려는 나의 제안에, 라우라는 즉시 대답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마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것은 그건가, 아니면 마젤이 파티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우기고 있는 것일까.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무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노이라트와 슌첼에게 방의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고, 가볍게 페리에게 신호를 보내고서 한 발 먼저 집무실 대신으로 쓰는 방으로 돌아간다. 집무실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몇 가지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자, 페리가 찾아왔다.



     "미안, 형님."

     "마젤 얘기지?"

     "그래."



     페리는 잽싸게 의자에 앉아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마왕성에서 한 번 철수하고서 나와 상담하기 위해 왕도로 돌아간 뒤부터 행동이 수상쩍어졌다고 한다. 흠.



     "왕도에서 나를 만나러 갔다는 말은, 백작가에 간 거겠지. 마젤이 가족들을 만났을 때는 어땠어?"

     "딱히 아무것도. 아, 하지만 리리 언니가 형님을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조금 이상했던 것 같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마젤의 성격과 이 세계가 게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현재 상황과 내 위치도 고려하자면 그 이유일 것이다.



     "왕도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뭔가 상의하지 않았어?"

     "음, 해보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루겐츠가 '그런 건 형님한테 맡기는 게 제일 좋다'고 해서."

     "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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