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38――(3)
    2023년 09월 29일 22시 1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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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마젤과 라우라에게 앉게 하고 간단한 음료수 등을 내오게 하여 한숨 돌리게 했다.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얼굴을 숨기고 와줘서 고맙다. 게임에서는 용사님이 걷고 있다며 소란을 피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참고로 제2왕녀 역시 한 명의 모험가로 취급해 달라고 해서 주저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서 왕족 취급을 하면, 게임의 성격대로라면 아마 화는 안 내겠지만 짜증을 낼 것이다. 그건 그거대로 매우 성가시니 마젤의 친구 정도로만 취급하기로 했다.



     "일부러 이런곳까지 찾아오게 해서 미안."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라고 생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젤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묘하게 기운이 없네. 일단 눈치채지 못한 척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그래서, 무슨 일인데?"

     "실은 곤란한 일이 생겨서."



     이번에는 페리가 입을 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마왕성에 한 번 도착한 적이 있는데, 내부의 미로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피로가 너무 심해서 일단 철수했다고 한다.

     페리와 라우라가 미궁 안에서의 고충을 설명하며 사정을 설명하자, 루겐츠가 입을 열어 보충한다.



     "너라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아서, 상의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

     "......"



     나도 모르게 절규. 아니, 그런 무모한 소리 하지마. 확실히 게임에서 한 번 클리어한 적은 있지만, 그런 미로 같은 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하고 싶은 바는 알 것 같기도 하다. 게임 속 전쟁에서 보급의 부담이 적은 것처럼, 게임에서는 걸어서 산을 몇 번을 넘어도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을 넘는 단계에서도 날씨 변화, 피로 누적 등 여러 가지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 후엔 엄청나게 넓은 던전을 돌아다녀야 한다. 아무리 여행에 익숙해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와중에 방황하는 마물과도 싸워야 한다. 육체적 피로는 물약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정신적 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역시 이것은 예상보다 더 난제다.



     "애초에 말이야, 마왕이라면서 저렇게 깊은 곳에 틀어박힌 게 이상하다고."

     "맞아."



     페리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루겐츠가 웃는다. 에리히와 라우라까지 쓴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질려버렸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렇다. 게임이라면 마지막 미궁이 길고 귀찮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왜 저렇게나 안쪽에 있는 걸까. 워프 계열의 마법이라도 쓸 수 있다면 몰라도...... 뭣?



     무심코 테이블에 다리을 부딪쳐서 큰 소리를 내버렸다. 놀란 듯이 쳐다보는 일행에게 형식적으로 사과를 하고서 다시 생각의 바다에 빠져든다. 전부터 느꼈던 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왜 이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우베 옹, 염열의 지팡이나 스카이워크는 고대 왕국의 산물이 맞죠?"

     "그렇긴 한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인 게냐."



     그 대답을 확인하고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한다. 이상하다. 레페가 보여준 그 신전의 책에서는, 마왕과 싸운 초대 성녀 율리아네가 인류에게 마법을 가져다준 것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마왕의 공격으로 멸망했을 고대 왕국, 그 병사들의 공동묘지에서 마법을 사용한 아이템이 출토되는 걸까? 멸망하고 나서 공동묘지가 만들어질 리가 없잖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순서가 이상하다.

     어딘가에서 엄청난 착각을 했거나, 아니면 스스로 얻은 정보를 스스로 의심하지 않게 되는, 적을 함정에 빠뜨리는 사고의 함정에 빠졌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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