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한 번은 콜트스에서 출격해 온 적과 가벼운 전투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적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자, 반대로 왕국군 쪽에서 일부러 요새를 버리고 한 번 후퇴를 했기 때문에 콜트레치스 쪽에서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약간의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요새를 탈환해야 한다며 기세등등한 콜트스의 둘째 아들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상대의 기사단장이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확인했더니, 적군 측에서 '왕태자 전하'와 내통하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 그런 녀석은 꼭 나오기 마련이니까.
그러고 보니 전략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어서 방치하고 있었는데, 적군의 방어선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요새도 얼마 전 항복했다. 이런 시기에 항복한 것은 왕세자 전하가 콜트레치스 대공이라는 사실이 드디어 알려졌기 때문이야. 이 정보의 시차는 잘 활용하면 효과적이지만, 실패하면 이쪽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농부였던 사람들은 마을로 돌아가게 하고, 기사들 중 아직 콜트레치스 편에서 싸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콜트스까지의 안전을 인정하고 노잣돈도 건네주겠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맥스는 말했지만, 이제 와서 그 부분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해도 별 수 없다.
한편, 왕세자 전하를 따르겠다고 맹세한 자 중에서 길 안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선발해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역시 이 작전안이 적에게 알려지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이 중요해. 나 혼자라면 몰라도 이끄는 기사와 병사들의 목숨이 걸려 있으니 타협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후를 생각하면 아직 전력을 줄일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이기는 편에 서기 위해 이제 와서 참전을 희망하는 용병 같은 것들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이런 녀석들은 다루기 힘들다. 욕심이 더 강할 것 같은 집단에게 보급선을 맡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전박대를 했다가 그 주변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면 그건 그것대로 귀찮은 일이니까.
그래서 그런 녀석들은 기사의 감시를 받으며 주로 마물의 사냥에 종사하게 했다. 재료 등은 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이득이 되고, 고기도 보충할 수 있고, 마물의 공포를 느끼는 마을의 치안 유지에도 도움이 되니 적당히 날뛰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때 난리통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어떤 용병이 어느 지역에서 마물 사냥을 하고 있는지 목록화해서 데이터화해 두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마을을 협박하는 집단이 있어서, 크레치마 남작의 부대가 진압하는 일도 있었다. 다른 용병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것 같은데, 담당 지역과 일정 목록이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아침 식사로 빵에 고기와 야채를 끼워 먹으며 서류를 보고 있자, 기사 중 한 명이 급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던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모험가나 용병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눈에 띄지 않는 차림새로 와준 것은 다행이지만, 어쨌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회의실 같은 건 없으니 1층에 있는 식사 공간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단 눈에 띄지 않게 경비의 인원을 늘리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머리부터 망토를 뒤집어쓴 일행이 망토를 벗고 있는 것을 보며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
"오랜만인데. 부상 같은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야."
"건강해 보이네, 베르너."
용사 일행이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