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떠넘기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쪽도 있구나. 그건 확실히 내가 하지 않으면 복잡한 일이 될 것 같다. 잊고 있었던 나도 배려가 부족했다.
그리고 아마 마젤은 용사인 자신이 멤버들을 동요시키면 안 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바보 녀석. 아니, 그보다 메인이 되는 고민은 대체 어느 쪽일까?
어쩔 수 없지, 용사 파티가 나를 믿어줬다고 생각해두자. 그에 대응해 두는 편이 좋을 것임은 분명하다. 마왕의 능력 중 하나가 생각의 유도라는 가설이 맞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페리,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어"
"응."
여전히 대답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는 반응이다. 아무튼 부탁을 하자, 페리는 가볍게 '옛썰~'이라는 반응으로 수락해 주었다.
그대로 방을 나가려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형님."
"뭐지?"
"리리 언니가 전갈을 보냈어. 부디 다치지 말고 조심하세요 ......]라고 하더라."
음성까지 따라해서, 깜짝 놀란 나는 무심코 콜록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페리가 말을 이어간다.
"마젤 형님이 잊어버릴 것 같아서 대신 전해줬어. 그럼 나중에 봐."
그 말만 하고는 재빨리 문밖으로 사라졌다. 도망가 버렸군, 저 녀석. 다음에 백작 저택에 올 때는 과자를 안 줄 예정.
그건 그렇고 리리도 배울 게 많아서 힘들 텐데, 나까지 걱정해 주는 건가....... 일단 무사하다는 것 정도는 써도 괜찮으니 편지라도 보내야겠다. 사적인 편지라면 나 혼자만 쓰면 차별이 되니, 희망자를 모아 전령을 보내자.
그 준비를 마친 뒤 노이라트와 슌첼에게 몰래 건물 경비를 강화해 달라고 하고, 오늘은 내 호위가 아닌 다른 일을 맡기기로 했다.
내 호위는 다른 기사에게 대신 맡기고, 맥스에게도 상황과 지시를 전달한 뒤 일단 눈앞의 서류 정리에 집중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페리가 연락을 하러 올 것이다. 이야기는 저녁 이후에 하는 게 좋겠지.
마침 잘 되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저녁에 도착한 사자의 이야기에 따라 다음날 도착할 짐에 관한 회의가 있어, 내 저녁식사는 늦게 하기로 했다.
마젤 일행에게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사과하고, 의논과 함께 그 사자가 별도로 가져온 짐에 대해 확인했다. 그 내용은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왕태자 전하께 짐이 도착했다는 사자를 보내는 거로 그 부분은 끝.
다음날 도착하는 그것 외의 짐에 관해서는, 놓을 장소와 짐을 풀고 내용물을 확인할 인원을 배치하여 이른 아침에도 집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짐의 확인은 발케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런저런 일로 인해 시간이 많이 늦어졌지만, 페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간에 잠시 다른 곳에 들렀다가 집무실로 쓰이는 숙소로 돌아갔다. 반갑게 맞아준 것은 슌첼 뿐인가.
"어서 오십시오, 베르너 님."
"수고가 많다. 마젤 일행은?"
식사는 다들 먹었다고 하는데, 그 뒤에는 대부분 준비해 둔 방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마젤만이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노이라트가 동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예상대로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나도 마젤을 따라갈 테니까."
다른 곳에 들렀을 때 조달한 물건을 호위기사에게 맡기고, 일단 실내로 들어가서 페리에게 예정대로라고만 한마디 하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마도 램프만 들고 옥외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