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흔들다리 효과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매력적인 아이와 똑같이 여행을 하고, 함께 사천왕이나 마장군과 싸우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함께 웃고 기뻐했을 테니, 마젤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에 드는 여자'와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약혼의 후보라고 들으면, 내심 복잡하겠지. 게다가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왕족인 라우라와 귀족인 내가 더 균형이 맞고. 용사라고는 하지만 마을 사람에 불과했던 마젤이 더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게임 스토리상 마젤과 라우라가 사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 세계에서는 예외인 것 같다. 왠지 왕태자 전하께서는 용사를 확실하게 들이기 위해서라면 여동생이라도 내어줄 것 같지만. 사실 왕족은 나라를 위한 제물 같은 입장이기도 하고 말이야.
...... 제물이라. 무심코 생각했던 그 단어가 딱 맞아떨어졌다. 이것은 답 맞추기를 할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의식적으로 그것을 기억 속의 장롱에 밀어 넣는다.
"제2오아녀 전하가 매력적인 건 인정해. 하지만 내가 곁에 두고 싶은 건 리리야. 미안하지만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속으로는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마젤이 이야기의 주인공에 걸맞은 인품을 가진 남자라는 것은, 라우라 역시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현실에 이런 멋진 청년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라우라는 나에 대한 소문이 콜트레치스 후작 측을 자극하기 위한 정보 조작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겠지만, 특히 왕족이나 귀족의 결혼의 경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른다. 그래서 무례하지만 분명하게 라우라와의 관계는 없다고 단언해 둔다.
"...... 꽤나 분명하게 말하네?"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골치 아파져."
쓴웃음을 짓는 마젤에게 그렇게 대답하고서, 숙소에서의 대화 때부터 마젤을 신경 쓰던 여성분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나머지는 뭐, 당사자끼리 얘기해 봐."
놀란 표정으로 마젤이 돌아본 곳에는 라우라가 쓴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그렇게 웃었으니 성벽의 밑에까지 들렸을 테고, 그래서 올라왔겠지.
끝까지 올라오지 않는 일도 가정했었으니, 노렸던 것은 아니지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다. 일단 라우라의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페리에게 안내 수고했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밤에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럼 전하,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자작."
너무 놀라서 경직되어 있는 마젤을 무시하고 일부러 귀족의 어조로 라우라에게 이 자리를 떠날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자, 그 의도를 파악한 라우라 역시 왕족다운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갑자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복잡하네요?"
"죄송합니다."
진심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밖에 없다.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웃음을 참는 듯한 말투로 라우라가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 말씀, 기억해 둘게요."
"...... 알겠습니다."
으악. 리리 말고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대사가 라우라의 입에서 릴리에게 전해지면 내가 더 괴로워질 것 같다. 그런 식의 장난기 어린 눈빛은 좀 그만해 줬으면 좋겠어.
배가 아프다고 생각하면서, 마젤의 손에서 와인병을 빼앗아 계단을 내려가려다 반대편의 손을 뻗어 그 녀석을 붙잡는다.
"어?"
"왜 이 자리에 남아 있으려는 거냐 너는?"
"아니 그, 으앗, 잠깐,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