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2부 성녀와 성녀 22024-02-24 19:29:42바이런은 함께 식사하는 나에게도 신경을 써주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정말 예전과는 딴 사람 같은 태도야) 펠릭스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을 보면서 몇 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제국에 막 왔을 때는 항상 노려보았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황비와 성녀로 대접해주고 있다. 하지만 원래의 대접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바이런을 탓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지금은 그를 포함해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백성들한테도 성녀로 인정받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저주만 풀면 일단 황비로서의 역할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결혼식 날에 펠릭스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언젠가 모든 저주를 풀고 나라가 안정된 후에도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이곳에 티아나와 함께 올 수 있으..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2부 성녀와 성녀 12024-02-24 19:06:38천천히 의식이 떠올라 눈꺼풀을 뜬다. 시야에 펼쳐진 화려한 천장에 익숙해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하암 ......"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몸을 일으킨 나는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작은 종을 울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티아나 님." "좋은 아침, 마리엘." 곧이어 나의 시녀인 마리엘과 메이드들이 방으로 들어와서 준비를 해준다. 예전에는 마리엘에게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었지만, 리비스 제국의 황비가 된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혼나고 말았다. "티아나 님은 오늘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폐하께서도 분명 반하실 거예요." "그래? 고마워." 무능한 텅 빈 성녀 티아나 에버렛으로서 팔론 왕국에서 학대받던 시절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은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펠릭스가 직접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번외편 진정되지 않는 티타임2023-09-23 19:32:14어느 날 저녁, 나는 펠릭스를 방으로 초대해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티아나가 끓여주는 홍차가 가장 맛있어." "정말? 다행이야." 요즘은 다시 차에 빠져서 여러 가지 찻잎을 블렌딩 해보며, 취향에 맞는 맛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소량의 차이로 향도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실패도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심오해서 재미있다. 물론 펠릭스에게 내놓는 것은 실패하면 안 되니까, 정확한 정량으로만 우려내고 있다. "...... 음, 맛있어!" 이번에는 내 것의 분량만 바꿔서 마셔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맛있어서 감탄했다. "저기 펠릭스, 한 모금 마셔볼래? 아주 맛있게 끓였는데, 당신도 좋아할 것 같아." "............" 그렇게 옆자리에 앉은 펠릭스에게..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다시 한번, 여기서부터(2)2023-09-23 19:22:33"비록 한시적인 결혼이라 할지라도, 나는 당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것을 맹세한다." "그래. 나도 펠릭스와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을 맹세할게." 우리의 결혼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신 각자의 서약을 하였다. "우리나라에 와줘서 고마워, 티아나" "나야말로 정말 고마워." 그 후에는 예정대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왕도의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하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황제 폐하 만세! 황후님 만세!" 꽃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희망에 찬 미소를 지으며 이 결혼이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면서,..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다시 한번, 여기서부터(1)2023-09-23 19:22:07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자, 펠릭스는 역시나 토라진 표정을 보였다. "...... 분명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겠지." "생각 안 해. 그리고 나와 루피노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 괜찮아. 정말 미안해." "티아나가 그렇게 생각해도, 루피노 님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의심이 많은 펠릭스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내 왼손을 잡고서 그대로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자, 잠깐만." "기다리지 않아" 곧 손등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자, 당황한 나는 무심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지, 펠릭스는 다른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니까." 그리고 그 말에, 나도 이제 한계가 왔다며 도망치고 싶어졌다. 펠릭스의 그 사랑의 말에 거..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42023-09-23 18:43:52여러 가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곧 결혼을 앞둔 데다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펠릭스에게 이 상황을 들킨 것은 꽤나 난감한 일이다. 펠릭스의 눈빛은 역시나 차가웠고, 나는 황급히 루피노에게서 떨어져서 펠릭스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은 이 방에서 뭘 하고 있었지?" "물약을 만들려고 했어. 그러다가 내가 엘세 리스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루피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전생의 기억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펠릭스는 눈을 크게 뜬다. 그러자 루피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가 멋대로 한 일입니다." "......부디 고개를 들어주세요." 펠릭스는 그 말만 하고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재회했으니, 그리워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감사합니다." 그 후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32023-09-23 00:05:56진실을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지만, 동시에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이 있냐는 말은, 마치 내가 엘제의 환생임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제 눈이 특별한 걸 기억하시는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눈을 감고서 기억을 떠올렸다. 루피노의 눈은 마법사의 마력 속성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며, 속성에 따라 불의 마법이라면 붉은색, 물의 마법이라면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루피노는 매년 제국의 마법학교에 찾아가 신입생들의 속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모두 루피노를 동경하고, 마법사의 엘리트인 마법의 탑에 소속되기를 목표로 한다. 루피노는 예전에, 눈 덕분에 매년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지금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2(2)2023-09-22 23:41:43믿을 수 없는 말에, 옆에 서 있는 루피노를 올려다본다. "...... 폐하께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아무리 바빠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엘세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까요." 루피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바쁜 와중에 이런 방까지 혼자서 청소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펠릭스는 바보야) 분명 지금 눈앞에 그가 있었다면 투덜거리면서도 무심코 안아주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펠릭스를 만나고 싶었다. 부드럽게 손을 뻗어 깨끗한 도구와 책들을 만질 때마다 다시 울고 싶어진다. 그녀가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나약한 저는 그녀를 잊으려고 했지요. 그녀의 무덤이 있는 고향에도 단 한 번밖에 가지 못했고..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2(1)2023-09-22 23:39:57"네. 둘이서 힘을 합쳐서 목숨 걸며 해주를 하면서 거리가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거리낌이 없어졌다고 할까 ......" "그렇군요. 그거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루피노는 작게 웃었지만, 그 미소는 그 답지 않은 어색한 미소여서 어떻게 보아도 '다행이다'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 우리가 친해지면 루피노한테 뭔가 불편한 일이 생기는 걸까?) 그렇다 해도 루피노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고, 뭔가 인간관계 등의 복잡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국 지난번과 다름없이 쌓여 있는 제국의 '저주'에 관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에 저주를 풀러 갈 곳은 어디가 좋으려나?" "거리를 고려하면, 벨타 마을일까요?" 벨타 마을은 저주로 인해 무서운 역병이 창궐해 더 이상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기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1(2)2023-09-22 23:16:25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그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결혼식 날의 밤이라고 하면 단 하나뿐이다. (그, 그래도 그건 우리랑은 상관없는걸. 계약서에도 쇼윈도 부부라고 분명히 적혀있었고) 그런데도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자,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런 와중에 한 메이드가 나를 찾아왔다. "티아나 님, 루피노 님이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고마워. 곧 만나러 간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다행이다! 드디어 직접 감사를 전할 수 있겠어) 붉은 동굴에서 헤어진 이후로 그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나는 가볍게 몸단장을 하고서, 루피노가 있다는 마법의 탑으로 향하기로 했다. 시녀 마리엘과 함께 긴 복도를 걷고 있자, 익숙한 금발이 앞쪽에서 다가온다. "성녀님!..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1(1)2023-09-22 23:15:19"티아나 님은 정말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네, 제국을 구원해 주시는 여신님이세요" "그런 티아나 님을 모실 수 있어서 행복해요......!" 깨어난 지 하루가 지났다.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되어 예전 같지ㅡㅡ는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몸단장을 하는 도중, 반짝이는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여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붉은 동굴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성 안의 사람들이 마치 신처럼 나를 숭배하고 경외하는 것이다. 펠릭스의 말대로, 내가 붉은 동굴의 저주를 푼 것과, 덤으로 나이틀리 호수의 정화도 내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온 나라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과장되었어 ...... 펠릭스와 루피노 덕분이기도 한데) 그래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백..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어떤 성녀의 혼잣말2023-09-22 22:32:52"...... 아이다, 요즘 실비아 님이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여.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고." "아, 산드라도 그렇게 생각했니?" 성녀로서의 일을 마치고 파론 신전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고 가면서, 동료 성녀인 아이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몸을 숙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다. "티아나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 "그래." 항상 엎드려서 울기만 하고, 마력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성녀. 티아나 때문에 특별해야할 '성녀'라는 존재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 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짜증이 멈추지 않았다. [어머, 티아나. 역시 무능한 너는 더러운 흙투성이가 어울려] [후훗, 이런. 얼굴까지 더러워졌네~..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62023-09-22 22:13:55한 시간 후,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나는 내 방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펠릭스와 마주 보고 있다. "마, 맛있어 ...... 조금 울 것 같아......" "그거 다행이네." 테이블 위에는 몸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완전히 속이 비어서 그런지, 먹는 손이 멈출 줄 몰랐다. 펠릭스는 감동하며 먹는 나를 즐겁게 바라보기만 할 뿐, 포크조차 들지 않았다. (예전에도 나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훌쩍 컸네......) 작고 귀여운 펠릭스를 떠올리며, 갓 구운 부드러운 빵을 입에 넣는다. "티아나는 무엇을 좋아해?" "고기일까나. 특히 소고기." "술은?" "사실 술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어." "그럼 다음에 같이 마셔볼까?" 그 뒤..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52023-09-22 21:56:39마치 지금의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리둥절해하며 펠릭스를 쳐다보았다. 지금은 외모도 전혀 다른 사람이고, 성격도 전생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니까. 그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나왔는지, 펠릭스는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설령 엘세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나는 티아나를 좋아했을 것 같아." 그 말에 또다시 심장이 뛰었다. "무도회에서 나 말고는 춤추지 말라고 한 것도 루피노 님을 질투해서였어." "뭐?" 그때의 나는 대뜸 원만함을 어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놀랐다. "...... 평생 엘세만 사랑한다고 했으면서도 티아나에게 끌리는 자신이 싫고, 무서워졌을 정도로." 나를 꼭 껴안은 펠릭스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
- [ 연애(판타지)/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제1부 첫사랑의 행방 42023-09-22 21:17:25펠릭스가 왠지 낯선 남자 같아서,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에 불이 붙는다. 결국 그는 나를 꼭 껴안는 바람에 어깨에 얼굴이 파묻혀서, 나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 고마워요. 정말, 정말 기뻐." 펠릭스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마침내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말이었다. 머리 위에서, 펠릭스가 빙긋 웃는다. "이쪽이야말로, 들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그, 그건 다행이네요." 안긴 채로 귀에 대고 속삭이면, 역시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높았고 귀여웠던 목소리도, 이제는 낮고 달콤한, 심지어 섹시함도 있는 좋은 목소리로 변해버렸으니 말이다. "스, 슬슬 앉으실래요?" "아, 미안. 아직 몸 상태도 좋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