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어떤 성녀의 혼잣말2023년 09월 22일 22시 32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아이다, 요즘 실비아 님이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여.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고."
"아, 산드라도 그렇게 생각했니?"
성녀로서의 일을 마치고 파론 신전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고 가면서, 동료 성녀인 아이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몸을 숙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다.
"티아나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
"그래."
항상 엎드려서 울기만 하고, 마력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성녀.
티아나 때문에 특별해야할 '성녀'라는 존재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그 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짜증이 멈추지 않았다.
[어머, 티아나. 역시 무능한 너는 더러운 흙투성이가 어울려]
[후훗, 이런. 얼굴까지 더러워졌네~?]
[...... 죄송, 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티아나를 괴롭히며 울분을 풀었다. 무슨 짓을 해도 사과만 하고, 시답잖은 반응에 또다시 짜증이 났다.
그런 티아나가 사라진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무능한 '텅 빈 성녀'로 불리던 티아나가 없어져서 처음에는 모두들 후련한 마음을 가졌지만.
[실비아 님, 그 어깨는 어떻게 된 거예요?]
티아나가 나가고 며칠 후, 실비아 님이 어깨 일부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물었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 네]
그러자 마치 티아나를 대할 때처럼 고함을 지르며 노려보는 바람에 할 말을 잃었다.
실비아 님께 이런 식으로 혼나는 것은 처음이라, 나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아이다도 숨죽이며 눈치만 살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나 보다).
그 후에도 가끔씩 어깨가 아픈 모습이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후로도 실비아 님의 기분은 계속 좋지 않았고, 우리는 겁에 질린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그토록 귀찮았던 성전 밖의 일이 기분 전환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역시 짜증을 발산할 수 있는 티아나가 없어진 탓이려나."
"...... 그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
파론 신전은 실비아 님이 전부다. 모두가 실비아 님의 말을 따르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실비아 님의 기분이 좋지 않은 탓에, 신전 안의 공기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부디 우리를 귀여워해 주셨던 실비아 님이, 원래의 실비아 님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기도하며 신전으로 돌아와, 둘이서 실비아 님께 보고를 하러 갔다.
마치 왕족처럼 호화롭고 넓은 실비아 님의 방에서 그녀에게 무릎을 꿇은 우리는, 간결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했다.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도 돼."
"네, 감사합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신 듯하여 내심 안도하며 퇴실하려고 할 때였다.
"으아악! 아파, 뜨거워! 아파아아......!"
갑자기 실비아 님이 오른쪽 다리를 잡고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고통 때문인지 얼굴을 다른 사람처럼 일그러뜨리고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는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우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장 달려갔다.
"으아아아......아아!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 ......!"
"실비아 님! 괜찮으세, 요──......"
그리고 실비아 님이 양손으로 누르고 있는 다리를 본 순간, 우리는 일제히 숨을 죽였다.
거기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던, 뱀 같은 칠흑 같은 멍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아이다는 두 눈을 부릅뜨고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허리가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우리를 밀쳐낸 실비아 님은 '아파', '뜨거워', '죽겠어'를 연신 외치며 고통스러워했다.
"티아나 녀석 ...... 잘도 ......! 죽여버릴 거야!"
결국 실비아 님은 그렇게 말하고서, 분노와 짜증을 표출하듯 고통을 참지 못하고 벽을 두들겼다.
(...... 티아나?)
왜 이 타이밍에 티아나의 이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신전을 떠난 지 3주가 지났기 때문이다.
"어서 나가! 빨리!"
"네, 네 ......"
당황한 우리에게, 실비아 님은 악마 같은 모습으로 소리쳤다. 나는 앉아있는 아이다의 팔을 잡고서 도망치듯 실비아 님의 방을 떠났다.
"............"
"............"
아이다와 둘이서 말없이 복도를 걸어갔다. 심장이 계속 큰 소리를 내고 있다.
ㅡㅡ우리도 성녀다. 실비아 님의 다리에 나타난 검은 멍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 강한 저주였어).
그리고 그 왜곡이 '저주의 반환'이라는 것일 거라는 것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망설여졌다. 대성녀인 실비아 님이 누군가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옆을 지나가는 아이다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어깨는 작게 떨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떨리는 양손을 꼭 쥐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지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서, 제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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