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그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결혼식 날의 밤이라고 하면 단 하나뿐이다.
(그, 그래도 그건 우리랑은 상관없는걸. 계약서에도 쇼윈도 부부라고 분명히 적혀있었고)
그런데도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자,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그런 와중에 한 메이드가 나를 찾아왔다.
"티아나 님, 루피노 님이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고마워. 곧 만나러 간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다행이다! 드디어 직접 감사를 전할 수 있겠어)
붉은 동굴에서 헤어진 이후로 그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나는 가볍게 몸단장을 하고서, 루피노가 있다는 마법의 탑으로 향하기로 했다.
시녀 마리엘과 함께 긴 복도를 걷고 있자, 익숙한 금발이 앞쪽에서 다가온다.
"성녀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 안녕, 바이런."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바이런이었다.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는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인다.
이틀 전에는 그동안의 무례했던 태도를 용서해 달라며 두 손과 머리를 바닥에 대고 사과를 할 정도였다.
[바이런은 어렸을 때 엘세에게 구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 그녀를 동경하고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이름뿐인 성녀였던 티아나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 같아]
[그, 그랬었구나......]
[나쁜 녀석은 아니야. 부디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어]
참고로 펠릭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 이상 비난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당연한 반응이고, 신경도 안 썼었어)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어쨌든 그와도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펠릭스도 바이런을 가장 신뢰하는 것 같았다.
"성녀 티아나 님이다......!"
"아아, 오늘도 거룩한 아름다움이셔."
마법의 탑에 도착한 뒤에도 마법사들에게서 사방에서 반짝이는 시선을 받자, 나는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다 개인실로 안내를 받았다.
내어준 차를 마시며 혼자 기다리고 있자, 며칠 만에 루피노가 안으로 들어왔다.
"루피노!"
일어나서 달려가서 그의 두 손을 꼭 잡는다. 그 모습이 변함없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루피노 역시 조금은 차가운 손으로 내 손을 맞잡아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붉은 동굴의 저주를 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리고 당신 덕분이기도 해. 루피노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야, 고마워."
서로 웃다가, 다시 의자에 앉으라고 권유한다. 그 후에 우리는 그날의 일을 서로에게 보고했다.
제국의 저주에 내 마력이 사용되었다고 말하자, 루피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런 끔찍한 일이......?"
"나는 실비아가 의심스러워."
"...... 그 실비아가?"
파론 신전은 실비아가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실비아가 관여했을 것이다.
루피노는 그 시절의 실비아밖에 모르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고 밝은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마치 다른 사람 같은걸)
"어쨌든 앞으로는 모든 저주를 풀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저도 꼭 거들게 해 주세요."
"고마워! 빨리 펠릭스한테 일정을 물어보고 다음 장소로 갈 계획을......"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루피노의 손이 작게 튀어 올랐다.
고개를 든 루피노의 금빛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았다.
"...... 폐하와 친해지셨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