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말에, 옆에 서 있는 루피노를 올려다본다.
"...... 폐하께서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아무리 바빠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엘세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까요."
루피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토록 바쁜 와중에 이런 방까지 혼자서 청소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펠릭스는 바보야)
분명 지금 눈앞에 그가 있었다면 투덜거리면서도 무심코 안아주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펠릭스를 만나고 싶었다.
부드럽게 손을 뻗어 깨끗한 도구와 책들을 만질 때마다 다시 울고 싶어진다. 그녀가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나약한 저는 그녀를 잊으려고 했지요. 그녀의 무덤이 있는 고향에도 단 한 번밖에 가지 못했고요."
"............"
"하지만 폐하께서는 항상 엘세에게 성실하고 열심이어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루피노가 펠릭스에게 "저도 저렇게 올곧게 되고 싶군요."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는지도 모르겠어)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버려서. 물약에 쓸 약초를 가져와야겠군요."
"아, 네. 부탁해요."
"도구는 모두 거기에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루피노는 곤란한 듯이 미소 지으며 방을 나갔고, 나는 냄비와 도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것들도 모두 깔끔하게 보관되어 있어서, 나중에 펠릭스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와, 그리워."
그러던 중 문득 선반 위에 나무 인형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루피노의 것이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갖고 싶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내어주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은 동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귀여운 나무 인형은, 마력을 넣으면 음악을 연주하면서 일정 시간을 두고 받침대 위에서 돌게 되어 있다.
그래서 물약을 끓일 때 시계 대용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라 손에 쥐어본다.
"아직도 쓸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중앙의 나무에 손끝을 대고 약간의 마력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약간 어긋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운 음색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귀여워서 그리워하고 있을 때였다.
"──어째서."
어느새 연구실로 돌아와 있던 루피노는, 나와 내 손 안의 인형을 비교하며 말을 잃었다.
그 모습에서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혹시 지금 내가 만져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야?"
"...... 그 인형은 잃어버린 제 고향의 것인데, 저는 단 한 사람에게만 사용법을 가르쳐줬습니다."
"뭐?"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인형을 갖고 싶다고 했지만, 원래는 어린아이가 첫사랑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그래서 하찮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다른 누구에게도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 루피노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흔한 인형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고, 루피노가 "물론, 가져가세요"라며 흔쾌히 받아주었기 때문에 그런 애착이 있는 물건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 거,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걸).
"어떻게 당신이 그걸 알았지요?"
"그야, 그......"
설마 이런 인형으로 정체를 의심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방심하고 있던 나는 적절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설령 생각났다고 해도, 집착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루피노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나를 향해, 루피노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ㅡㅡ설마 과거의 기억이 있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