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또 하나의 첫사랑 32023년 09월 23일 00시 05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진실을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지만, 동시에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과거의 기억이 있냐는 말은, 마치 내가 엘제의 환생임을 확신한다는 뜻이다.
"제 눈이 특별한 걸 기억하시는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눈을 감고서 기억을 떠올렸다.
루피노의 눈은 마법사의 마력 속성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며, 속성에 따라 불의 마법이라면 붉은색, 물의 마법이라면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루피노는 매년 제국의 마법학교에 찾아가 신입생들의 속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모두 루피노를 동경하고, 마법사의 엘리트인 마법의 탑에 소속되기를 목표로 한다.
루피노는 예전에, 눈 덕분에 매년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지금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문이 얼굴에 묻어났는지, 루피노는 말을 이어갔다.
"...... 이 나라에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제게는 영혼의 색깔도 보입니다."
"뭐?"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물론 처음 듣는 말이며, 루피노는 그런 나를 보고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영혼의 색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똑같은 색은 없다고 하지요.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어 솔직히 구분이 잘 되지 않지만요."
"............"
"그래서 그 색깔이 보인들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렇다. 수많은 인간이 존재하는데 모든 영혼의 색깔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색깔로 인해 들키지 않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죠."
루피노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성녀는 보통 인간과 광채가 달라요. 그중에서도 엘세는 태양처럼 눈부신 황금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색을 저는 본 적이 없어요."
"............"
"그리고 당신도 똑같은 색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말문이 막힌 나에게, 루피노는 계속 말했다.
"제가 당신의 색을 잘못 볼 리가 없죠."
"............!"
망설임 없는 루피노의 모습에, 나는 역시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그동안 이상했던 루피노의 말에도 수긍이 갔다.
[...... 당신은 역시 변하지 않는군요]
[분명 괜찮습니다.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루피노는 티아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엘세 리스의 환생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설마 전생의 기억까지 이어받게 될 줄은 루피노도 몰랐을 것이다.
[...... 아무리 대단한 마법을 쓸 수 있다 해도, 인간은 쉽게 죽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루피노가 어떤 기분으로 지금의 나와 함께 지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펠릭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루피노에게는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양손을 꽉 쥐고 고개를 들었다.
"...... 루피노, 그동안 숨겨서 미안해. 나에게는 엘세의 기억이 있어."
내 말에, 루피노의 금빛 눈동자가 흔들린다.
"제국으로 가는 길에 죽을 뻔했을 때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티아나이며, 한 번 죽었던 사람이 이름을 밝히는 것은 뭔가 아닌 것 같아서 침묵하고 있었어. 결국은 붉은 동굴에서 펠릭스에게 들키고 말았......."
그렇게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루피노에게 팔을 잡힌 것 같더니 시야가 흔들렸다.
어느새 나는 루피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운 부드러운 꽃향기에 깜짝 놀랐다.
"...... 죄송, 합니다. 잠시만 이렇게 있어도 될까요?"
조금 떨리는 목소리에, 팔에, 가슴이 조여 온다.
"계속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저도 함께 숲에 갈 예정이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그날은 루피노도 함께 펠릭스에게 마법을 가르칠 예정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직전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 그때 들어온 급한 일정은, 분명 당신과 저를 떼어놓기 위한 구실이었습니다."
막상 부름을 받은 곳에 가보자 그런 약속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둘러 돌아왔을 때, 이미 나는 목숨을 잃은 뒤였다고 한다.
(우리를 잘 아는ㅡㅡ그것도 내부자의 소행이야)
그리고 친절한 루피노는ㅡㅡ분명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하면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펠릭스도 그렇고, 누구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남겨진 입장이었다면 분명 같은 마음이 들었을 거야)
"루피노가 신경 쓸 일은 하나도 없어."
나는 그의 등에 팔을 두르고서, 어린이를 달래는 듯 그의 넓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루피노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뿐이다.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반복하자, 등에 감긴 팔에 담긴 힘이 더 강해진다.
"애초에 사고나 우연이 아니라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이 분명한 거였어. 그날 루피노가 왔어도 다른 기회에 같은 일을 당했을 뿐이야."
"하지만 저는....... ......"
"그리고 나는 물론 범인에게 화가 났지만, 비교적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죽을 수 있었어. 무엇보다 이렇게 다시 태어났으니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루피노에게 "응?" "그렇게까지 신경 쓰인다면, 같이 범인을 찾아주지 않을래?" "대답은?" 이라고 말했더니, 그는 이내 작게 웃어주었다.
"...... 정말, 당신은 변함없군요."
"그래? 현생 쪽이 훨씬 원만해진 기분이 들어."
기억을 되찾기 전의 성격이 상당히 소극적이었던 만큼, 이 정도도 꽤 차분해진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생의 나는 대성녀인 것 치고 상당히 제멋대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봤을 때는 추스를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아, 확실히 그건 뒷맛이 나빴겠지 ...... 미안해."
죽었을 때 나는 온몸이 너덜너덜하고 피투성이었던 데다가, 펠릭스의 화룡의 저주를 모두 짊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보기에도 비참한 편이었음에 틀림없다. 특히 어린 펠릭스에게 있어서는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루피노를 다시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예, 물론이죠. 저도 정말 기쁩니다."
평소와 같은 루피노의 목소리 톤으로 돌아와서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루피노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랄 뿐이었다.
(펠릭스에게도 나중에 루피노에게 들켰다고 말해줘야겠어. 애초에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루피노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좀 떨어져야겠다 싶어 루피노의 가슴에 살짝 손을 얹었을 때였다.
"...... 뭐, 하시는 거죠?"
불현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실내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내심으로 타이밍 참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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