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다시 한번, 여기서부터(1)
    2023년 09월 23일 19시 22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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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자, 펠릭스는 역시나 토라진 표정을 보였다.



    "...... 분명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겠지."

    "생각 안 해. 그리고 나와 루피노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 괜찮아. 정말 미안해."

    "티아나가 그렇게 생각해도, 루피노 님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의심이 많은 펠릭스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내 왼손을 잡고서 그대로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자, 잠깐만."

    "기다리지 않아"



     곧 손등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자, 당황한 나는 무심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지, 펠릭스는 다른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니까."



     그리고 그 말에, 나도 이제 한계가 왔다며 도망치고 싶어졌다.



     펠릭스의 그 사랑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ㅡㅡ로드에 대해서도, 이 방에 대해서도. 펠릭스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 때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다.



    [...... 폐하는 정말 대단한 분십니다. 아무리 바빠도, 무슨 일이 있어도 엘세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까요]

    [폐하께서는 언제나 엘세에게 성실하며 헌신적이어서,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분명 잊어버리는 것이 더 쉽고 편할 텐데, 펠릭스는 엘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아픔을 모두 끌어안고서도 계속 마주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화끈거리는 뺨과 평소보다 빨리 뛰는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면서, 나는 그의 입에 있던 손바닥을 그의 뺨으로 가져다 댔다.



    "...... 고마워, 펠릭스. 나, 펠릭스를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어른이 된 펠릭스의 지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파론 신전에서 힘들게 살던 내가 지금 이렇게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도 모두 펠릭스 덕분이었다.



    "펠릭스?"

    "...... 나도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직도 꿈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펠릭스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너무 좋아서 울 것 같아"라고 말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이 방도, 정말 고마워."

    "꺼림칙하거나 기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설마. 정말 기뻤어."

    "그럼 다행이다."



     안도하는 듯한 펠릭스의 여유로운 미소에, 또 한 번 작게 심장이 뛰었다.



    (펠릭스가 웃으면 나도 덩달아 기뻐져)



     이 가슴 뛰는 느낌에 약간의 예감을 느끼며, 앞으로도 펠릭스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성녀로서, 그리고 차기 황후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기, 긴장돼......"

    "티아나 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네, 세계 제일이에요!"



     대성당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나는, 준비를 하면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형식적인 것임을 알면서도 두근거려)



     모든 준비를 마쳤을 무렵 대기실에 펠릭스가 들어왔고, 그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손으로 입술을 가렸는데, 그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 너무 예뻐."

    "고마워. 당신도 정말 근사해."



     마찬가지로 순백의 정장을 입은 펠릭스는 그림책에 나오는 왕자님 같아서, 그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했다.



     펠릭스는 내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충성을 맹세하듯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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