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시적인 결혼이라 할지라도, 나는 당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길 것을 맹세한다."
"그래. 나도 펠릭스와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을 맹세할게."
우리의 결혼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신 각자의 서약을 하였다.
"우리나라에 와줘서 고마워, 티아나"
"나야말로 정말 고마워."
그 후에는 예정대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왕도의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하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황제 폐하 만세! 황후님 만세!"
꽃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희망에 찬 미소를 지으며 이 결혼이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면서,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퍼레이드를 마치고 펠릭스와 함께 다리나 탑으로 왔다.
초대 황제가 황후를 위해 세웠다고 전해지는 이 탑은 제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대대로 황제와 황후는 이곳에서 부부의 서약을 맺는다고 한다.
물론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음, 여기에 마력을 쏟아부으면 돼?"
탑의 최상층에는 비석이 있는데, 여기에 서약을 하고 둘이서 마력을 부어 넣는다고는 들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
"여기에 마력을 쏟아붓고 맹세를 해버리면, 티아나는 나 이외에는 두 번 다시 결혼할 수 없으니까"
꽤나 강력한 효력을 가진 서약 마법인 듯, 펠릭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곤란한 듯이 웃었다.
우리가 여기서 서약을 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둘이서만 이곳에 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펠릭스는 "하지만"이라고 말했다.
"...... 언젠가 모든 저주가 풀리고 나라가 안정된 후에도 나와 함께하고 싶다고 하면, 티아나와 함께 이곳에 다시 오면 좋을 것 같아."
언제나 내 마음을 우선시해 주는 펠릭스는 너무 친절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는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고마워."라고 웃으며 펠릭스의 손을 잡았다. 바로 맞잡아준 그의 손의 온기에, 가슴속이 따뜻해진다.
곧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로 탑에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석양과 제국의 영토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서, 그 장엄한 풍경에 숨이 멎을 지경이다.
하지만 내가 알던 과거의 풍경과는 역시 다르다. 여기저기에 저주의 영향이 뚜렷하게 보여 가슴이 아팠다.
"...... 나는 리비스 제국을 좋아해. 엘세로서 태어나고 자랐던 이 나라의 사람들도, 자연도, 모든 것을 사랑해."
옆에 서 있는 펠릭스는 내 말에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응"이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빼앗긴 모든 힘을 되찾아서, 이번에야말로 많은 사람들을 구하면서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어."
티아나 에버렛으로서ㅡㅡ다시 성녀로서 다시 태어난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나지만. 앞으로도 힘을 빌려줄래?"
"그야 물론. 그건 내 소원이기도 하니까."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엘세가 구해준 이 생명은 바로 네 것이야."
"너무 호들갑이잖아."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다시 주황색으로 물드는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펠릭스와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이 가슴속에는 그런 확신이 있다.
ㅡㅡ반드시 모든 저주를 풀고서, 원래의 아름다운 나라를, 그리고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아 주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