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첫사랑의 행방 6
    2023년 09월 22일 22시 13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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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후,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나는 내 방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펠릭스와 마주 보고 있다.



    "마, 맛있어 ...... 조금 울 것 같아......"

    "그거 다행이네."



     테이블 위에는 몸에 좋으면서도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완전히 속이 비어서 그런지, 먹는 손이 멈출 줄 몰랐다.



     펠릭스는 감동하며 먹는 나를 즐겁게 바라보기만 할 뿐, 포크조차 들지 않았다.



    (예전에도 나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훌쩍 컸네......)



     작고 귀여운 펠릭스를 떠올리며, 갓 구운 부드러운 빵을 입에 넣는다.



    "티아나는 무엇을 좋아해?"

    "고기일까나. 특히 소고기."

    "술은?"

    "사실 술을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어."

    "그럼 다음에 같이 마셔볼까?"



     그 뒤로도 펠릭스는 나에게 많은 질문 하고서 기쁜 듯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마치 얼마 전의 나처럼.



    "앞으로는 티아나에 대해 많이 알려주었으면 좋겠어."

    "물론이지. 펠릭스의 일도 알고 싶으니깐."

    "나를 싫어하게 되지 않는다면야, 얼마든지."

    "............?"



    (무슨 뜻일까? 내가 펠릭스를 싫어하게 되다니,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제부터는 서로 모르는 세월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냈다.





     결국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한숨 돌린 나는,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식사 중에는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싶었기에 자제했던 것이다.



    "...... 나의 빼앗긴 마력이 제국의 저주에 쓰이고 있는 것 같아. 그럼 결계를 통과한 것도, 저주가 풀리는 동시에 마력이 늘어난 것도 모두 말이 돼."



     처음 저주가 풀린 나이틀리 호수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마력이 조금 회복된 시기와 일치했다.



     나이틀리 호수가 가장 먼저 저주를 받은 곳이라고 들었으니, 그 저주에 균열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집중해서 온몸의 마력의 흐름을 따라가 보아도, 지금은 그때처럼 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역시 그건 예외적인 사건이었고, 저주받은 땅을 직접 가서 저주를 풀며 돌아다니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저주를 풀면 내 마력도 완전히 돌아올 터)



     마력이라는 것은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경우가 많으니, 두 살 때 그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본래의 엘세보다 더 뛰어난 성녀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마력이 회복된 지금도 절반이 안 된다는 감각이 가장 큰 증거다.



    (ㅡㅡ티아나 에버렛은 절대로 무능한 '텅 빈 성녀'가 아냐)



     후회와 슬픔이 밀려들어와서, 양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양손을 꼭 쥐었다.



    "전부 실비아와 신전의 사람들의 소행이겠어."



     당시 말도 제대로 못하던 두살배기 어린아이라면, 어떤 마법이나 저주를 걸기는 쉬웠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 기억조차 없었으니까.



    (그 방법과 목적도 궁금해. 영구적으로 마력을 빼앗아 저주로 바꾸는 방법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올 리가 없어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억압받던 시절과 제국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니, 역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엘세를 죽인 것도 역시 실비아였을까?"



     대량의 마물이 모인 것도, 결계에 갇힌 것도 분명 인위적인 마법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실비아를 믿었고,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 정도의 일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 후로 수없이 많은 조사를 했지만, 그곳에서 인간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지."

    "그렇구나. 실비아가 왜 파론 왕국에 갔는지는 알고 있어?" 

    "엘세가 죽자마자 '이 나라에 있으면 엘세가 생각나서 힘들다'는 이유로, 혈육이 있는 왕국으로 갔을 거야."



     정말이지 너무 뻔한 이유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역시 실비아 본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게 하는 수밖에 없다.



    "...... 어쨌든 지금의 내가 해야 할 일은, 제국의 저주를 모두 풀고 힘을 되찾는 거야."



     모든 힘을 되찾으면 분명 실비아에게도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함과 분노를 억누르고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신전 측도 저주가 두 군데나 풀렸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 아무 짓도 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 경계해야겠지)



    "그래. 나한테도 할 수 있는 일을 맡겨줬으면 해."

    "고마워, 기대할게."



     붉은 동굴에서도 펠릭스의 압도적인 힘과 마법에 놀랐었다. 이제 더 이상 제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

    "펠릭스? 왜 그래?"



     그 와중에, 펠릭스가 말없이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펠릭스는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테이블 위에 아무렇지 않게 올려놓았던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 티아나에게 엘세의 기억이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아 줬으면 해."

    "알았어. 하지만 루피노라면 퍼트리지 않고 협조해 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실비아나 신전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고, 주변에도 혼란이 올 것이다.



     그래도 루피노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펠릭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은 일단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펠릭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할게."

    "고마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펠릭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성녀신앙이 강한 이 나라에서의 영향 등을 생각해서 만약을 대비하자는 모양이다.



     분명 펠릭스에게는 깊은 생각이 있을 테니, 잘 숨기려고 했었는데.





     ◇◇◇





    "ㅡㅡ설마 과거의 기억이 있는 겁니까?"



     다음 날, 루피노에게 바로 들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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