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첫사랑의 행방 5
    2023년 09월 22일 21시 56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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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지금의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리둥절해하며 펠릭스를 쳐다보았다.



     지금은 외모도 전혀 다른 사람이고, 성격도 전생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니까.



     그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나왔는지, 펠릭스는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설령 엘세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나는 티아나를 좋아했을 것 같아."



     그 말에 또다시 심장이 뛰었다.



    "무도회에서 나 말고는 춤추지 말라고 한 것도 루피노 님을 질투해서였어."

    "뭐?"



     그때의 나는 대뜸 원만함을 어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놀랐다.



    "...... 평생 엘세만 사랑한다고 했으면서도 티아나에게 끌리는 자신이 싫고, 무서워졌을 정도로."



     나를 꼭 껴안은 펠릭스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펠릭스는 계속, 엘세에게 묶여 있었구나)



     이미 죽은 사람은, 그를 풀어주는 일도, 등을 떠밀어 줄 수도 없으니까.



    "지금도 엘세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고, 평생 잊지 못해. 그녀는 내 인생 그 자체야. 그래도 나는 앞으로 티아나를 그 이상으로 사랑할 자신이 있어."

    "펠릭스......"

    "나는 결국, 어떻게든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왠지 모르게 체념한 것처럼 웃는 펠릭스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역시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의 이보다 더 진심 어린 사랑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던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펠릭스가 지금의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양손을 꼭 쥐며 말을 이어나간다.



    "...... 나는 펠릭스를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중히 하고, 좋아해. 하지만 지금까지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당신을 그런 식으로 보았던 적도 없어서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



     펠릭스는 내 말에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조용히 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나라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이라서 당장은 대답을 못 할지도 몰라."

    "응"

    "무사히 저주를 풀고 나면,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하고 싶어."

    "...... 응."



     많은 것들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바깥세상을 보고 싶다.



     그것은 기억을 되찾기 전의 나의 소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펠릭스가 함께 있으면, 분명 굉장히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고,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말을 내뱉었으니 분명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 고마워."



     펠릭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나를 안아주었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할 정도로 행복해. 네 안에서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게."



     나의 그런 점이 좋다고 말하는 펠릭스는, 내게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입술로 호를 그리며 말했다.



    "뭐 우리는 이제 곧 결혼하겠지만."

    "...... 앗."



     그러고 보니, 맞다. 원래부터 펠릭스와 결혼하는 게 어색하기만 했는데, 더더욱 당황스럽다.



    (하지만 둘 중 한쪽에 마음이 있는 시점에서, 그것은 이미 원래의 계약결혼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모레의 결혼식은 연기했으니 안심해."

    "뭐? 모레!?"

    "그래. 그 후로 티아나는 5일 동안 잠만 자고 있었어."

    "그, 그렇게나......"



     왠지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겁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 줄은 몰랐다.



     역시나 이 상태로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일단 한 달 뒤로 미뤄주었다고 한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건 아니야. 남편의 지위를 이용해 접근하지도 않고, 티아나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지내길 바라."

    "...... 응."

    "다만, 앞으로는 나를 남자로 봐주었으면 좋겠어"



    (펠릭스는 정말 너무 친절해. 언제나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이야)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서, 펠릭스가 정말 지금의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약결혼이라는 형태는 변하지 않을 테니, 어쨌든 지금의 삶을 만끽하라는 것이다.



     나한테만 유리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언젠가 나에 대한 마음이 바뀌면 그 계약서는 파기해 줬으면 좋겠어"

    "...... 응"

    "나는 티아나와 진짜 부부가 되고 싶으니까."



     펠릭스의 말은 직설적이어서, 내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분명 예리한 그는 그런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 아이는 예전부터 가망 없는 말은 하지 않는 아이였는걸)



    "좋아해, 티아나."



     너무 달콤한 말과 분위기에 현기증이 난다.



     내가 이미 한계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펠릭스는 완전히 나와 떨어져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후에 밥은 먹을 수 있겠어?"



     사실은 배가 너무 고파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펠릭스는 여기서 둘이서만 밥을 먹자고 했다.



     솔직히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감사하게도 그 말에 응하기로 했다.



    "펠릭스, 여러모로 고마워."

    "이쪽이야말로. 티아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



    (이런 펠릭스, 나는 몰라)



     어린 시절의 그도, 제국에 오기 몇 달 전의 그도,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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