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성녀와 성녀 2
    2024년 02월 24일 19시 29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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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런은 함께 식사하는 나에게도 신경을 써주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정말 예전과는 딴 사람 같은 태도야)



     펠릭스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을 보면서 몇 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제국에 막 왔을 때는 항상 노려보았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황비와 성녀로 대접해주고 있다.



     하지만 원래의 대접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 바이런을 탓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지금은 그를 포함해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백성들한테도 성녀로 인정받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저주만 풀면 일단 황비로서의 역할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결혼식 날에 펠릭스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언젠가 모든 저주를 풀고 나라가 안정된 후에도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이곳에 티아나와 함께 올 수 있으면 좋겠어]



     그때의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다.



    "티아나"

    "응?"

    "미안, 잠깐 볼일이 생겨서. 먼저 실례할게."

    "그래, 갔다 와."



     펠릭스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바이런과 함께 식당을 나갔다. 나는 급한 용무가 생겼나 보다 생각하며 미소로 배웅했다.



     나도 오늘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혼자서 식사를 계속했다.





     ◇◇◇





     그 후, 마법의 탑으로 이동한 나는 루피노와 함께 베르타 마을에 대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결계를 풀고 두 분이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저와 부하들이 결계를 다시 세울 겁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마워."



     현재 안쪽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루피노가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막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마을 안에는 나와 펠릭스만 가는 계획이다.



    "정말 두 분만 가도 괜찮으십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마력이 늘었다고 해서 붉은 동굴 때처럼 잘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도 조금만 방심하다간 둘 다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펠릭스의 실력은 확실하지만, 정화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ㅡㅡ다른 성녀가 있으면 좋겠지만 ...... 꿈같은 이야기야)



     성녀가 귀중한 존재인 현재, 다른 나라에서 빌려오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할 것이니 상상해 보았자 헛수고일 것이다.



     어쨌든 정신 차리자며 마음을 다잡는 동시에 누군가가 뺨을 살짝 손끝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놀라서 시선을 돌리자 루피노가 부드럽게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끼면 바로 돌아와 주시면 됩니다. 당신을 잃으면 슬퍼할 사람이 저를 포함해 많이 있으니까요."



     루피노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엘세의 죽음으로 인해 루피노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에 휩싸여 있었다. 더 이상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하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고마워.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펠릭스를 데리고 줄행랑을 칠게."

    "예."



     루피노는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실패하면 다시 저주가 퍼져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자료를 집어 들었다.







     두 시간 후, 나는 루피노와 함께 성으로 향했다.



     가까우니 괜찮다고 해도, 루피노는 바래다주겠다며 말을 듣지 않아서 신세 지게 되었다. 매우 바쁠 텐데도 만날 때마다 루피노는 이렇게 데려다주고 있다.



    "나, 루피노보다 더 친절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당신한테만 그런 거죠."

    ".......뭐."



     그런 말에 당황해 옆을 올려다 보아도, 루피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형식적으로나마 나는 펠릭스와 결혼했으니, 그 말에 깊은 뜻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까, 깜짝 놀랐어 ......)



     그래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왕성의 정문 주변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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