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성녀와 성녀 32024년 02월 24일 20시 08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어머? 뭔가 시끌벅적하네"
"저 문장은 ......"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피노의 시선은 낯선 기사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으로 향했다.
칼자루에 새겨진 문장을 본 기억이 있다.
(분명 저건 ...... 델랄트 왕국의 것이야)
왜 다른 나라의 기사들이 이렇게 많은지 ...... 궁금해하며 다가갔다.
결국 그 중심에 있는 펠릭스의 모습을 발견하여 말을 걸려고 했지만...
"...... 어."
펠릭스의 옆에는 낯선 미녀의 모습이 있었고, 그녀의 팔은 펠릭스의 팔에 단단히 감겨 있어, 무심코 망설이게 되었다.
현생에서 그와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저렇게 여자의 손길을 허락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대체 누구일까?)
긴 속눈썹으로 덮인 커다란 자수정의 눈동자, 오뚝한 콧날, 매끈한 복숭아색의 작은 입술.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 모양의 반짝이는 금발은 마치 천사와도 같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인정할 수 있는 외모에, 동성임에도 불구하고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저 옷차림은 마치 성녀 같은.....)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어느새 그녀의 작은 얼굴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너무 정돈된 얼굴은 순식간에 기쁨으로 가득 찼다.
"루피노 님! 오랜만이에요!"
루피노와 아는 사이인 듯, 그녀는 내 옆에 서 있는 루피노에게 다가온다.
루피노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설마"라고 중얼거렸다.
"네, 잊어버렸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저예요, 이사벨라."
"어?"
놀라서 큰 목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온 바람에 급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이 여자가 정말 그, 이사벨라야?)
ㅡㅡ내가 아는 이사벨라는 제국에서 조금 떨어진 델랄트 왕국의 넷째 왕녀이자 성마법 속성을 지닌 성녀였다.
전생에 엘세가 대성녀였을 때, 이사벨라는 성녀의 힘을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2년 정도 리비스 제국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풍부한 마력을 잘 다루지 못하는 그녀에게 자주 직접 지도했던 기억이 난다.
[엘세 님, 좋아해요! 커서 엘세 님처럼 위대한 성녀가 될 거예요!]
[후후, 고마워. 이사벨라라면 분명 될 수 있을 거야]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를 무척이나 따랐던 이사벨라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 자신도 그녀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생각했었다.
확실히 얼굴도 그렇고, 이 투명하고도 엄청난 마력은 이사벨라가 틀림없어 보인다.
(이렇게 근사한 여자가 되었구나.)
당시 7살 정도였던 그녀도 17년이 지난 지금은 스물네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나 어렸던 애가 훌륭한 어른이 되다니 ...... 감동이 저절로 밀려온다.
펠릭스와 이사벨라는 나이도 비슷하고, 황자와 왕녀라는 신분도 있어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까 친근하게 대했던 것도 납득이 간다.
"...... 당신, 혹시"
내가 큰 소리로 말하자, 이사벨라의 보라색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했다.
나는 실수로 친근하게 말을 건넬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나는 제국의 황비이며, 그녀는 왕국의 공주라는 입장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리비스 제국의 황비이자 성녀인 티아나입니다."
"............"
나는 다시 만나서 반가웠지만, 이사벨라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황비님. 델랄트 왕국의 넷째 왕녀 이사벨라 델랄트입니다."
공손한 말투와 달리 목소리 톤은 낮았고, 방금 전 루피노를 대하는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
어떻게 보아도 나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펠릭스는 곧장 이쪽으로 다가와 나를 보호하듯 앞에 섰다.
"티아나, 놀라게 해서 미안해. 이사벨라는 제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찾아와 주었어."
"네?"
이사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으로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아버님과 장관들을 설득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요."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쇠락해 가는 다른 나라를 위해 공주이자 성녀인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으니,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국에 은혜를 베풀어도 한창 잘 나가는 델랄트 왕국이 이득을 볼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설득하고서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준 이사벨라는 진심으로 이 나라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펠릭스, 루피노,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사벨라 님. 너무 아름답게 성장해서 놀랐습니다."
"후후, 정말인가요? 불과 2년 남짓이었지만, 제국에서의 나날은 제 인생에서 소중하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날들이었으니까요."
루피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이사벨라의 말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이사벨라가 왕국으로 돌아간 것은 엘세가 목숨을 잃기 반년 전쯤이었는데, 그녀를 끌어들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정말 든든해)
당시의 어린 시절에도 그녀의 마법은 매우 뛰어났으니, 지금쯤 훌륭한 성녀가 되었을 거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사벨라 님, 감사해요."
"딱히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단호한 태도로 내게서 얼굴을 돌리는 이사벨라의 행동에, 이 자리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간다.
(역시 나한테는 쌀쌀맞게 구네. 티아나로서 만난 것은 처음인데도)
어쩌면 그녀한테까지 내가 무능한 성녀라는 소문이 퍼진 것일지도 모른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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