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성녀와 성녀 52024년 02월 24일 22시 14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이사벨라가 제국에 온 지 벌써 나흘이 지났다.
오랫동안 성녀가 없던 제국에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온 것이니, 백성들은 상당한 안도감과 기대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이사벨라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대해주는 모양인지, 그녀에 대한 평가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반면 나는 마주쳐도 거의 무시당해서, 둘이서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다. 펠릭스가 이사벨라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펠릭스는 이사벨라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달래고 있다.
무엇보다 내일은 드디어 베르타 마을에 가는 날이고, 직전에 이상하게 토라지게 만드는 것도 싫어서 무리하게 말을 걸지 않고 있었지만.
"...... 감사해요, 황비님"
"아뇨, 괜찮아요.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일하다가 우연히 이사벨라를 만나서, 길을 잃고 헤매는 그녀를 도서관까지 안내했다.
일단은 예의 바른 태도를 취했지만, 역시 이사벨라의 태도에서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 원하는 책이 있다면 책장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내일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으니 제국에 대해 알아볼까 해서요."
어디까지나 제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 정말 제국을 소중히 여기고 계시네요."
"네. 저는 리비스 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사람들도 추억도 이곳에 있어요."
이사벨라의 목소리와 말투에서 진심으로 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 추억에는 엘세와의 과거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역시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관계가 좋은 편이 나을 것이다.
내가 엘세의 환생이라고 말하면 조금은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
그런 옅은 기대를 품고 입을 열었다.
"...... 이사벨라 님은 엘세 리스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그러자 그 순간, 그녀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동시에 나는 분명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대성녀님에 대해 말하지 말아 주세요."
"왜요?"
"......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이사벨라는 사그라드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일어서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모든 저주를 풀고 나면 더 이상 당신에게 볼일이 없어요. 그러면 저와 펠릭스 님이 결혼해서 제국을 지킬 테니까요. 옛날에 약속했거든요."
"네?"
"아무튼 내일은 제 발목을 붙잡지 말아 주세요."
이사벨라는 콧방귀를 뀌며 그렇게만 말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남겨진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 이사벨라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어 ......!?)
티아나는 미움을 받더라도, 엘세가 미움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때는 항상 좋아한다고 말해줬고, 싫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어째서......?"
이러다가 엘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더욱 인상이 나빠질 것 같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펠릭스와 결혼을 약속했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도, 펠릭스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져 오른손으로 심장 주변을 꾹 눌러본다.
어쨌든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설 때였다.
"티아나?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펠릭스 ......"
고개를 들어보니 펠릭스의 모습이 보여서 깜짝 놀랐다.
방금 회의를 끝내고 이제 막 방으로 돌아가 쉬려던 참이라고 한다.
"내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방금 이사벨라랑 얘기하고 있었지? 무슨 말을 들었어?"
"............"
바쁜 그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애써 웃어넘겼지만 소용없었다. 펠릭스는 내 손을 잡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펠릭스의 방이었다. 여느 때처럼 차를 끓이려는데 팔을 잡혔다.
"지금은 됐어."
그리고 그대로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왠지 멀지 않아?"
"그, 그래?"
무심결에 모른 체 했지만, 평소 함께 앉을 때보다 사람 하나만큼 펠릭스와의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방금 전 이사벨라에게 들었던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왠지 모르게 떨어져 앉았다.
이런 노골적인 변화를 눈치 빠른 펠릭스가 모를 리가 없다.
"나, 무슨 짓이라도 했어?"
가만히 아이스 블루의 두 눈으로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 나는 움찔했다.
펠릭스가 계속 엘세를 마음에 두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것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문득 하나를 깨달았다.
(...... 의심이라니, 무엇을?)
마치 펠릭스의 마음이 항상 나를 향해야만 한다는 것 같은 건방진 생각에 미치자,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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